연예병사, 연예인과 병사의 사이

휴대폰·법인카드 소지…민간인과 다름 없이 술자리도 가져

'현장21' 방송 캡처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이 연예병사 복무 실태를 보도하면서부터 '연예병사제 존폐'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장21'은 지난달 25일 '연예병사의 화려한 외출' 편을 내보냈다. 방송에서는 연예병사들이 강원도 춘천의 모 부대에서 공연을 마친 뒤 사복 차림으로 술자리를 갖고, 그 중 일부는 안마시술소에 출입하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자아냈다.

방송 직후 연예병사 복무 실태는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졌고, 급기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다음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예병사제도 폐지 여부는 감사 결과를 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방송된 '현장21'은 '연예병사의 화려한 외출' 2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보원으로 출근한 정모 병장은 휴대폰을 반바지 주머니에 넣고, 이어폰으로 연결해 통화했다. 정 병장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병사들이 사복차림에 본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호칭도 문제가 됐다. 연예병사들은 자신보다 후임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형'이라고 불렀다. 또한 외부에서 사온 물건들을 한 병사가 꺼내놓자 다른 병사들은 "민간인 같다. 연예인 OOO"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전 국보홍보원 관계자는 "(연예병사들은) 사제 런닝 하나에 군복 바지 입고 어슬렁어슬렁거린다. 가방은 사제 밀리터리 가방이고, 비니 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한다"며 "홍보원 체력단련실에는 대형 TV와 게임기 등이 있어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관계자는 일부 연예병사들이 법인카드까지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 결제를 했는데 후임에게 (법인카드) 영수증 가져오라고 하더라"면서 "연예병사들은 온갖 핑계를 대고 외박·외출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군인 신분의 연예병사들은 민간인 못지않게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국방부 홍보원 간부 A씨는 2008년 2월부터 5년 5개월이 넘도록 인사 없이 연예병사 관리를 하고 있다. 즉 연예병사들이 근무하는 홍보원은 A씨의 지휘 하에 일반 병사와는 다른 특혜를 다년간 변함없이 받고 있는 것이다.

연예병사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은 소속 연예인의 홍보원 입대를 위해 사전에 "잘 봐달라"며 홍보자료를 먼저 뿌린다. 홍보원에서는 톱스타를 위한 자리를 미리 배정해 놓기도 한다.

이처럼 '현장21'이 2주 연속으로 보도한 연예병사 복무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대중은 연예병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방부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996년, 국방부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예병사는 오늘날 연예인과 일반 병사의 사이에 있는 모호한 존재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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