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일회담에서 "역사는 민족의 혼" 유례 없는 강공

윤병세 외교부장관(자료사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일 "역사문제는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으로써, 그렇지 않을 경우 한 개인과 한 민족의 영혼이 다치게 된다"며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윤 장관은 이날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양자 회담을 갖고 "'역사는 혼'이라는 어느 역사학자의 말을 상시시키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4월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을 거론하면서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일본 정부가 잘 알 것"이라고 비판의 포문을 연 뒤, '역사는 혼'에 이르는 경고에 이르기까지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었다.


장관급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 정도 수위로 비판을 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외교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와 관련해 '대단한 유감' 정도의 표현을 동원해 비판을 했었다. 이번 만남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첫 한일 회담이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윤 장관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아진다.

이렇게 윤 장관이 기시다 외무상의 면전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한 데는 방일 취소 이후에도 일본 정치인을 중심으로 과거사 및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이 계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비쳐 볼때, 우리로서는 역사 문제를 짚고 넘어 가야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일 외교수장이 참석하는 이번 ARF에서 회담을 추진했을 때도, 우리 외교부는 "다자 무대에서 양자 형식의 회담을 갖는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일본의 요청에 '응해주는' 자세를 취했었다.

기시다 외무상은 그럼에도 모두 발언에서 그간 일본의 잘못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자"며 평시와 다름 없는 얘기만 하면서 우리 대표단의 기분을 다소 언짢게 했다. 뒤이은 윤 장관의 준엄한 경고에는 두 손을 깍지낀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후 비공개 회담에서 윤 장관이 일본 내 우익단체의 반한시위가 표현의 자유 넘어서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자 "일본은 법치국가로서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자회담 시간 전까지 윤 장관이 모두발언 문구를 재차 수정하는 등
관련 메시지 전달에 공을 들였다"며 "기시다 외무상도 역사인식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했으니,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 보는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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