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는 첫 사극인 만큼 '도시적인 이미지의 김태희'를 내려놓고 자신 있게 연기를 펼쳤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연기력을 두고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날카로운 지적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그럴수록 김태희는 연기에 더욱 집중했다.
'장옥정'이 후반부로 가면서 김태희의 연기력은 정점을 찍었고, 악에 받친 오열 연기는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장옥정을 연기한다기보다 장옥정이 돼야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만들어낸 성과였다.
드라마 종영 후 목동 CBS 사옥을 찾은 김태희는 때 이른 폭염과 살인적인 인터뷰 스케줄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이내 밝게 웃으며 프로다운 모습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하 CBS노컷뉴스와 김태희의 일문일답
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아서 의미 있고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웃음)
C: "드라마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어요. 그런 사랑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나요?"
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옥정이는 죽는 거밖에 해답이 없었죠.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옥정이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여자였어요. 사랑하는 자신의 남자와 아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요즘에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은 거의 없잖아요.(웃음) 실제로 그 정도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C: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어요. '장옥정'은 태희 씨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나요?"
김: "드라마에 애착을 갖고, 준비기간을 길게 두고, 너무나 열심히 했던 작품이에요. 후회도 한도 없죠.(웃음)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내가 처음 건 슬로건이 '피토하게 연습하고, 피토하게 연기하자'였어요. 정말 그렇게 했어요.(웃음) 어느 순간 옥정이가 내 안으로 들어왔고, 정말 옥정이로서 살았죠. 이렇게 몰입한 작품도 처음이고, 제게 부족했던 독기를 품게 되고, 분출하면서 느끼는 희열도 있었고요. 체력이 바닥날 정도의 상태까지 가서도 촬영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옥정이가 되고 옥정이로 말하면 신이 나고, 지치고 힘들다가도 연기하면서 힘을 얻고, 나도 모르게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장옥정'은 내게 의미가 깊고, 사극의 묘미와 연기의 매력을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에요."(웃음)
C: "'장옥정'에 대한 애착이 정말 대단해요. 사극 연기는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김: "사실 저는 사극을 잘 보지도 않았고요, 학창시절에도 국사를 못해서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었어요.(웃음) 솔직히 현대물이 재밌게 느껴져서 사극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장옥정’을 하게 되면서 사극이 매력 있고, 역사가 재미있고, 한복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극은 에너지를 많이 요하는 장르죠. 그렇다 보니 제게 맞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어요."
C: "올해도 반이 지났어요. 남은 2013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 "좋은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사실 배우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한정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지금 나이에 맞출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자는 좋은 작품이 운명적으로 다가와야 하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에요. 운명 같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죠. 최근 세 작품 모두 드라마였기 때문에 다음은 영화를 통해 좀 더 다듬어지고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가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