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10여 곳에서 개최…집회 참가자도 가장 많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에서 8번째 촛불이 불을 밝힌 28일에는 부산과 광주, 대구, 제주 등 전국 1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8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000명(주최측 추산 5000명)의 시민이 참석,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 21일 이후 가장 많은 참석자를 기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심리전은 군사ㆍ정치ㆍ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적군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며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은 실제로는 국민을 적군으로 삼은 전쟁이었고, 나아가 헌법과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국회가 국정조사를 합의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며 “지치지 말고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렇지만 죽을힘을 다해서 국정조사가 어떻게 되는지,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고 호소했다.

이어 김나래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그리고 집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각 부산 서면과 광주 금남로, 대구 동성로, 대전 역사광장, 제주 시청 등 전국 10여 곳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서울 광화문에서는 민변 박주민 변호사와 진선미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시국 강연회를 열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쓴소리를 했다가 교수직에서 물러난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사건은 ‘워터게이트’도 아니고 ‘매카시즘’도 아니고 ‘3.15 부정선거’도 아니고 ‘위키리크스’도 아니다”며 “이 네 가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21세기형 사이버 쿠데타”라고 일갈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이날 참여연대가 옥외집회를 금지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참여연대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앞서 참여연대는 ‘국정원 정치공작사건 진상규명 촉구 시민문화제’를 열겠다고 신청했으나 경찰이 교통방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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