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또 범행 기획단계부터 사건에 개입해 온 장모(59) 씨를 추가로 검거해 역할과 범행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8월 표지어음을 위조해 47억여 원을 챙겨 달아난 사건의 주범 나경술(52)이 이번 수표변조 사건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나 씨를 공개수배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사팀은 25일 검거한 주범급 일당 주모(62) 씨를 사흘간 조사해 지난해 8월 위조 어음으로 47억여원을 대출받아 달아난 미검자 가운데 나 씨가 이번 범행에도 가담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또 경찰은 나 씨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A호텔 커피숍에서 이번 범행으로 공개수배된 김규범(47), 김영남(47)과 함께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범행 당일 두 김 씨과 5∼6명이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힌 A호텔 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었으나 두 김 씨를 제외한 나머지 일당의 신원이 특정 안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A호텔은 이번 범행을 저지른 일당의 거점으로 활용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또 27일 검거된 장 씨가 이번 범행 전에 주범급인 나경술, 김규범, 김영남과 함께 만났었다는 주 씨의 진술을 확보, 장 씨를 상대로 역할과 범행과정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장 씨가 범행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결과 드러난 이번 사건의 가장 '윗선'은 나경술이고 최영길은 나 씨와 동급 혹은 김규범, 김영남, 주 씨와 함께 밑으로 보고 있다.
현금 인출책과 환전책들은 이들 윗선 지시에 따라 맡겨진 일만 처리하고 대가를 받는 식으로 가담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들이 변조한 수표로 인출해 달아난 100억원 가운데 김규범이 5억원, 김영남이 1억원, 주씨가 2억원, 인출책(3명)과 환전책(4명)이 2억원을 자신의 몫으로 챙겨 10억원 가량만 행방이 확인돼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검거된 주 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명동 남산 3호터널과 모 호텔 앞에서 윗선으로부터 돈을 건네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행방이 묘연한 나머지 85억∼90억원을 아직 검거되지 않은 핵심인물 나경술, 최영길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공범들이 나눠 가졌을 것으로 보고 주범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8월 표지어음을 위조해 이를 담보로 47억여원을 대출받은 혐의(유기증권 위조 등)로 모 은행 지점장과 전 직원 등 3명을 구속했지만 범행을 주도한 나 씨와 위조기술자 등을 검거하지 못해 나 씨 등 미검자에 대해 수배를 내리고 추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