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문 공개와 24일 회의록 전문 공개 등 국정원의 파상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 일부에서는 장외투쟁에 나서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권영세 주중대사의 NLL대화록 녹음파일을 공개하는 등 원내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존재감 있으면서도 유능한 제도권 정당이라는 인상을 각인시키려는 고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파괴된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을(乙)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에 당력을 모으고, 또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 입법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민주와 민생을 모두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공개하자 민주당은 국정원 보관본이 아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원본을 국회의원 2/3의 동의로 공개하자고 맞섰다.
불법으로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국정원과는 달리 민주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회의록 원문을 보자고 대응함으로써 법과 절차를 지킨다는 점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은 이런 상황을 "할 수 있는 한 원내투쟁을 하려 한다. 아직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회를 박차고 나갔을 경우 불어올 역풍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장외투쟁만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우리가 장외로 나가면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어떻게 나오겠느냐"며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고 물아붙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장외투쟁에 돌입할 경우 6월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경제민주화 입법이 상당 부분 좌초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우원식·윤후덕 의원은 '남양유업방지법' 등 일부 경제민주화 법안의 6월국회 통과가 정부여당의 비협조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국회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