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더 웹툰-예고살인'(감독 김용균)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이자 국가대표 복서인 이시영은 '재능과 노력 중 어떤 가치를 우위에 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으레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대답하니 조금 더 진실되게 들렸다.
이시영이 차곡차곡 쌓아온 경력도 신뢰를 더했다. 2009년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 이범수의 여자 친구로 처음 충무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두 번 얼굴을 내밀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브라운관으로 되돌아갈줄 알았다.
하지만 '위험한 상견례'(2011) '커플즈'(2011) '남자사용설명서'(2013) 등 자신의 강점인 로맨틱 코미디에 이어 '더 웹툰'으로 연기의 폭을 넓히는 것을 보면서 이시영의 20대뿐만 아니라 30대도 궁금해졌다.
이시영 또한 별 생각 없이 영화판에 들어왔다 지금은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며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 영화작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요즘은 여럿 선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그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우고 싶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장르를 떠나 관심은 영화에 있다. 영화의 매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기회?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더 웹툰은 이시영이 시나리오를 우연히 읽고 제작사 대표, 감독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더 웹툰 측은 이시영이 김용균 감독에게 "저 아니면 이 영화 안 된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시영은 "그렇게까지 막무가내는 아니었다"고 웃은 뒤 "평소 시나리오를 많이 읽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부러 구해읽는데, 더 웹툰은 그렇게 본 시나리오였다. 초고부터 수정고까지 꾸준히 읽은 사람으로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맡겨주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어필한 것은 맞다"고 했다.
"연출자로 김용균 감독이 낙점됐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포기도 했다. 과거 김희선('와니와 준하'), 김혜수('분홍신'), 수애('불꽃처럼 나비처럼') 선배님과 작업한 분 아니냐. 하지만 정극 연기할 기회를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캠코더로 제 연기하는 모습 찍었다"
더 웹툰에서 이시영은 처음으로 정극연기를 펼쳤다.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해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그동안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이시영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을 둘러싼 살인사건에 불안해하며, 속된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처음 해보는 표정연기에 욕심을 내서 따낸 역할인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 짓는 표정이 많아서 걱정이 컸다. 처음에는 거울보고 연습하다가 나중에는 제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해 모니터했다. 찍은 장면을 확인하자마자 너무 창피해 다 지웠다. 한번은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만 움직이는 장면을 반복해 찍고 확인했는데 촬영이 잘못돼 제 볼만 움직이는 장면이 녹화돼있어서 허탈한 적도 있었다.(웃음)"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걱정과 달리 신이 났다. 연기가 만족스러워서 그렇다기보다 모든 게 새로워서 공부하는 재미가 컸다.
"운동할 때는 운동, 연기할 때는 연기에 집중"
이시영은 잘 알려진 대로 복서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운동과 연기를 어떻게 병행하느냐고 묻자 그는 "배우로 활동할 때는 운동을 하지 않고, 일이 끝나면 운동에 집중한다"고 했다.
이번 영화를 찍는 동안 복싱 연습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하는데, 중간에 쉬면 힘들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만 촬영할 때 운동을 하면 힘들다"며 "제작진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경기와 촬영 스케줄이 불가피하게 조정이 안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봤다. 이시영은 현답을 내놨다.
"현재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혹시나 이런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하려고 한다. 그저 두 일이 겹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