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최모(16) 양의 어머니 김모(45) 씨는 우연히 딸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는 녹취 파일을 듣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전화 너머로 앳된 목소리의 남학생이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음담 패설을 내뱉었던 것.
휴대전화 녹음 파일엔 "나와 00하자"는 등의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 놀란 김 씨는 해당 파일을 들고 가 광명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제팀에서 사건을 상담받던 김 씨는 경찰의 기막힌 '요구'를 들어야 했다.
해당팀 경찰관은 김 씨에게 "관련법상 음란 녹취 파일이 5개 이상 있어야 신고가 가능하다"며 "음란 녹취를 더 해 오라"고 말했던 것.
또 경찰관은 녹취의 신뢰성을 위해서 법률 사무실에서 녹취 파일을 풀어올 것을 김 씨에게 요구했다.
김 씨가 "녹취를 푸는데 20만원 정도가 드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하자 해당 경찰은 "돈 아까우시면 신고 못하시는 거다'라고 말했다.
해당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김 씨는 다른 경찰관의 중재로 사건을 다시 형사과에 접수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용의자를 특정한 것 외에는 수사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김 씨는 "아이가 그런 충격적인 말을 4번이나 더 들어야 한다는 게 너무 기가 막혔다"며 "경찰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알면서도 용의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차일피일 미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최 양에게 음란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심지어 최 양의 친구들까지도 똑같은 내용의 음란 전화를 받는 등 피해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용의자가 여러번 전화를 한 만큼 녹취 파일이 여러개 있으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유리하다는 내용을 설명드린 것"이라며 "증거 확보에 대해 설명하던 중 피해자측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 "피해를 입증하는데 신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녹취록 작성을 종종 요구하기도 한다"며 "용의자가 특정됐기 때문에 조만간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