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사와 김 의원의 발언이 원문이든 발췌본이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의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은 두 부가 작성돼 한 부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또 한 부는 국가정보원에 보관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정상회담 분석 보고서라는 별도의 문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이런 내용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많은 관계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유포됐다"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공개가 금지된 정상회담 회의록을 별도의 문건으로 만들어 공공연하게 유포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8일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NLL발언을 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이었다.
정 의원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이번에 밝힌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에는 이같은 표현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정 의원은 제3의 발췌본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권 대사와 김무성 의원은 발언은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과 비슷하거나 일치한다. 특히 김무성 의원의 경우 토씨까지도 같다.
전날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권 대사는 지난해 12월 10일, 김 의원은 같은 달 14일 문제의 발언을 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실세였던 권 대사와 김 의원이 회의록 전문을 진작에 입수해 숙지한 뒤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대사는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녹취파일에서 NLL발언록의 출처를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권 대사와 김 의원은 자신들의 발언 출처가 청와대인지 국정원인지 밝혀야 한다. 그러면 지난해 대선이 관권선거였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