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중국 신용경색 우려, 일본 아베노믹스 등 대외 변수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와 연구기관은 저마다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직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상저하저'(上低下低) 현상이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2.9∼3.3% 성장률 예상…상반기보다 좋다"
하반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기관은 세계 경기가 전반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1.7%)보다 1.6% 포인트 높은 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27일 "현재 환율, 금리, 주가 등이 요동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나 중국, 일본발 악재도 단기적으로 한국에 큰 타격을 입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특히 2분기 건설 분야가 기대 이상으로 굉장한 호조를 보였다며, 이것이 하반기 경기 회복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와 상반기 성장률을 각각 3.3%, 1.8%로 예상했다.
이 연구기관의 하반기 전망은 '리스크 요인도 있지만 대체로 상반기보다는 여건이 좋다'로 요약된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상반기에는 유럽의 경제 침체 지속으로 세계 무역 회복이 지연됐지만, 하반기에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의한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세계 무역 증가율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임 위원은 고용시장 개선, 대내외 경기 회복,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경기 전반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2.9%, 상반기 1.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으로는 2.3%로 지난 3월 전망치인 2.9%(상반기 2.5%, 하반기 3.3%)를 0.6%포인트 낮춘 것이다.
여전히 하반기 예상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지만 한경연은 '여건 악화'에 따른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주안점을 뒀다.
한경연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질적성장 전환, 일본 아베노믹스의 부작용 등으로 대외여건의 개선이 불투명해지고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주택경기 부진,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 등으로 내수 회복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도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의 미국 양적완화 축소,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면서도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습된다면 세계 실물경제 흐름이 개선되고 있어 한국도 하반기 회복세가 상반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하반기 성장률은 3%대, 상반기는 1%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여건 악화…올해 '상저하저' 예상"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올해 경기를 '상저하저'(上低下低)로 표현했다. 상반기, 하반기 모두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하반기 한국 경제의 대외 변수로 미국, 중국, 일본 경제의 영향 등 세가지, 대내 변수로 경제민주화 흐름, 부동산 세제 등 두가지를 꼽았다.
오 회장은 "다섯가지 대내외 여건이 모두 만만치 않아 하반기 경제 전망을 도저히 밝게 볼 수가 없다"며 "하반기 성장률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소장도 하반기 한국 경제가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소장은 "세계 실물경제는 불안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실물경기가 부진하고 금융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가 하반기에도 지속되면서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으로 정책효과가 확산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 없는 물가상승 등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고 봤다.
소비주도 성장을 천명한 중국의 경우 아직은 효과가 미미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주도 성장이 가능하며 경기 급락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잠재적인 금융불안 요인이며 경제회복과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하반기 대내외 악재 극복 방법은
관심은 어떻게 하면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대내외적 악재를 극복하고 상반기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낼 수 있느냐다.
하반기 경기는 미국, 중국, 일본 등 대외적인 요인과 국내 소비, 투자 등 대내적인 요인에 따라 예상을 크게 벗어날 수도 있다.
오정근 회장은 "대외적인 여건은 우리 노력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내적인 요인을 신경써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교육, 금융, 의료,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과 관련, "출구전략이 조기 시행되면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져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해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