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달콤한 거짓말'(2008)의 유승희 작가가 '그날이 올까봐'로 입상했다. 신예 작가로는 '카피 캣'의 양재식과 '침모'의 구혜미 작가가 입상을 수상했다. 입상한 세 작가 모두 영화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이번 공모전을 준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감독은 26일 오전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준비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생각이 안 난다"고 웃은 뒤 "투자사 사무실의 이면지로 전락할 수도 있었을 시나리오를 발굴해준 심사위원 및 롯데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편의상 제 이름으로 접수했지만 이무영 감독과 공동 작업한 작품"이라며 "영혼의 파트너인 이감독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옥희는 한 탈북자가 자신의 생존을 북한의 가족에게 알리기 위해 복싱에 도전하는 이야기. 최종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는 "나라면 지금의 이 시나리오를 고쳐서 영화로 만들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수상작을 골랐다"며 "옥희는 상투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경기에 이기면 오히려 자기목적을 이룰 수 없는 주인공의 딜레마가 돋보였다. 개선여지가 클 것 같다는 이유로 대상에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홈쇼핑회사에 근무 중인 유승희 작가는 "안목있는 심사위원에게 감사한다"며 "글을 쓰는 작업은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일 같다"고 비유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이 작업하다가 한번이라도 웃어주면 힘이 나듯 이 상이 제게는 그 웃음과 같다"고 수상의 기쁨을 표했다.
특허사무소에 다니는 구혜미 작가는 "글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수상했다"며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생각하겠다", 부산 출신의 '쉐프' 양대식 작가는 "롯데자이언츠의 오랜 팬인데, 부진한 경기성적으로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이렇게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상을 주는군요"라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롯데시나리오공모전은 국내 최다 상금(총1억6000만원)과 영화화 특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1억 원이 주어지며, 제작사와 연계해 영화화를 추진한다. 1회 당선작인 '관능의 법칙'은 현재 명필름에서 제작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적극적이고 빠르게 영화화 된다는 게 롯데공모전의 특징"이라며 "관능의 법칙은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곧 촬영에 들어가 하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춘연 영화연대회의대표도 신속한 영화화에 박수를 보냈다. 더불어 롯데시나리오공모전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길 바랐다.
"롯데시나리오공모전은 첫째 상금이 크다. 둘째 공정하다. 롯데측은 시나리오를 전혀 읽지않고 심사위원에 일임한다. 셋째 100%는 아니겠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 넷째 합리적이다. 5년간 저작권 보유하다 영화화 안되면 작가에게 돌려준다."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요즘 웹툰, 소설, 기존 영화를 영화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추세가 우려스럽다. 영화를 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면서 수상자들에게는 "동문회라도 만들어서 롯데를 지속적으로 압박해라. 우리 영화인들도 롯데가 벌여놓은 잔치니까 잘 활용하겠다"고 공모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좋은 시나리오가 반드시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나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아쉬운게 사실이다. 전업작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조철현 대표는 "서극 감독과 소주잔을 나눈 적이 있다"며 "그렇게 유명한 노장감독도 실력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겠다고 하더라. 감독 이상으로 시나리오 작가 양성은 어려운 일 같다"며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게 영화계 상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일임을 강조했다.
한편 올해 롯데시나리오공모전에는 총 773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