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합니다. 영광된 자리인 동시에 자칫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감독 자신의 경력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요. 지금까지 좌절을 모르고 성공가도를 달려온 홍 감독이 선뜻 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든 것이 고맙기도, 또 아쉽기도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졌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2년 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이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선수로, 또 지도자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원할 적임자로 등장했습니다.
◈홍명보의 ‘한국형 축구’, 2002년의 히딩크를 떠올리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열세인 체격조건과 기술을 스피드와 조직력, 투지로 대신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 축구는 그 동안 장점으로 평가됐던 많은 요인들이 흐려진 모습입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 사이에 불화설이 나돌았고, 선수와 감독간의 신뢰와 존경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축구가 고유의 색을 잃고 과거로 퇴보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홍명보 감독은 다시 눈을 돌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살린 ‘한국형 축구’로 다시 한국 축구의 부활을 선언했습니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홍명보 감독도 같은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많은 지도자들은 한국 축구를 ‘제2의 바르셀로나’ 혹은 ‘제2의 스페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렇지만 홍명보 감독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스페인이나 독일의 축구를 따르지 않겠답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한국형 축구’에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전술을 접목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 당당히 도전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당시의 한국 축구를 재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홍명보의 승부수, 2년안에 결과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홍 감독은 최근 5개월 가량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습니다.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인 지난 5개월이 홍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유럽 클럽팀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도 얻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을 맡은 홍 감독에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기존의 흐름을 모방하기보다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였습니다.
홍 감독은 자신이 선수로 직접 체험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이제는 감독이 되어 재연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까지 2년입니다.
위기 속에서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홍 감독의 말처럼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둔 우리 축구대표팀은 마치 10여년 전처럼 엄청난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만들어 나갈 한국 축구의 미래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