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잊어 버리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력을 이용해 모든 일을 자신과 관련짓고 괴로워한다. 이때 망각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이리저리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삶의 에너지를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모든 스트레스는 기억에서 온다. 완벽주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 학대라는 설도 있으니 말 다했다. 사소한 생각까지 모두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문제를 만들기 마련이다. 쌓아둔 생각들이 부패해 독소를 만드는 셈이다.
#3. 몰입은 망각과 기억 사이의 중용이다. 잡다한 생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덕이다. 독서나 학문에 몰입한다는 것은 뇌의 인지 기능을 발전시키고 많은 잡념을 잃어 버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다.
이상은 신간 '망각의 즐거움'이 말하는 망각의 가치다.
"모든 스트레스는 기억에서 온다"는 이 책의 주장은 기억의 천재로 불리던 솔로몬 셰르셉스키(1886-1958)의 삶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셰르셉스키는 복잡한 수학 공식은 물론 자신이 모르는 외국어로 된 시도 어렵지 않게 외울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어느 날 몇 시에 들었던 말이나 단어도 똑같이 기억해냈다.
그는 완벽한 기억력으로 모든 시험에 통과하고 직장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억을 고통스러워했고, 급기야 5분 전에 들은 이야기를 5년 전 기억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모든 것을 다 잊어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라며 명상 요법을 권하지도 않는다. 다만 망각의 필요성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은 뒤, 불필요한 것들을 잊고 중요한 것에 몰입하는 기술을 일러 주는 데 힘쓸 뿐이다.
불면증, 공황장애, 스트레스 등 현대사회의 모든 심리적 고통은 기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각은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하면서 진화해 온 인간이 가진 최고로 긍정적인 능력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