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도 굴종? "김일성은 평생 조국과 민족 위해 애써"

노무현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사진)
"김일성 주석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거의 동일하다(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북한 정상에 대한 비슷한 표현이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과 보수언론이 공격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뿐이다.

25일 보수언론들은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공개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표현을 일제히 제목으로 뽑았다. '굴종 회담'이라는 것이다.

굴종 회담 논란은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발췌본을 받아 열람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맥락을 무시하고 단어만 따와서 굴종 회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상 간 회담에서 필요한 '외교적 언사'의 존재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공'을 중시했던 역대 보수 정권에서조차 북한과의 대화국면에서 철저히 외교적 언사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모른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철언 전 장관의 회고록 '바른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85년 당시 김일성 주석의 친서를 받고 "그 하나하나가 자신의 생각과 거의 동일하다(171 페이지)"고 했다.

박 전 장관은 같은 페이지에 전 전 대통령이 "주석님이 40년 전에는 민족해방운동으로 그리고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써오신 충정이 넘치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고 썼다.

새누리당 등 일부 보수진영의 주장대로라면, 적국의 '수괴'인 김일성 주석을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썼다'며 칭찬하는 전 전 대통령 역시 굴종 회담의 장본인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25일 트위터에 "외교적 수사를 정치투쟁의 근거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적 수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엄연히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의 대화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서상기 의원 식 딴지라면, 박근혜 대통령도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수사에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이수훈 경남대 교수는 "박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임에도 훌륭한 나라라고 덕담을 하지 않겠냐"며 "외교적 언사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목표한 것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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