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마음을 돌린 축구협회의 ‘삼고초려’

세 번째 제안 끝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성공

홍명보 감독은 외부에 의한 강압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한국 축구선수들을 다시 이끌겠다는 목표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고 밝혔다. 윤창원기자
‘삼고초려(三顧草廬)’.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서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한 끝에 그를 감동시켜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마치 유비가 제갈공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대한축구협회도 홍명보(44) 감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세 번이나 감독직을 제안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최강희 감독 체제로 어렵사리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1년 가량 앞두고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임 최강희 감독이 부임 당시 공언한 대로 본선 진출이 확정됨과 동시에 원소속팀인 전북 현대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외의 여러 지도자를 저울질한 결과 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동메달과 런던올림픽 동메달이라는 확실한 결과를 이끈 국내파 지도자에게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이끌도록 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강권했고, 마지못해 홍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25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연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대표팀 부임을 둘러싼 여러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 국가대표팀 감독직 제의였다”면서 “처음 두 번은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을 때였고, 세 번째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 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러시아에서 5개월 정도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해외 선수들과 생활하며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훌륭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면서 ‘다시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느꼈다. 나를 움직인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성공의 비결은 좋았을 때보다 안 좋았을 때의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축구협회에서 하기 싫은 나에게 억지로 시켰다는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린 아이가 아니다. 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의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협회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기간을 제시했지만 내가 어떤 동기를 갖고 준비할 것인지가 중요했다”면서 “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간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2년을 원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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