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골적 기업달래기..투자·고용 늘려달라

박근혜 정부 경제팀과 경제 5단체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재계 인사를 접촉하는 것은 자주 있지만 참석자에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 경제규제 기관의 장을 포함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재계에 대한 최상급 배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입장에서 볼 때 글로벌 금융불안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려내려면 재계의 도움과 지원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 단체들은 기업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이러한 제스처를 환영했지만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하고 있어 정부 요구대로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타는 정부…'투자·고용 늘려달라'
이날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는 정부측에서 현 부총리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공정위원장, 금융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이 참석했다.
현 부총리가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불러 조찬간담회를 한 뒤 꼭 일주일만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도 대놓고 기업을 어르고 투자를 당부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여건이니 회복을 위해 기업이 투자·고용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며 "하반기에는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흐름을 끊고 3%대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업이 경기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세심하게 배려해 나가겠다"고 구애했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소개하면서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입법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와 공정한 세무조사도 약속했다. 또 조만간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춘 2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는 선물을 안겼다.
사실 이날 만남은 정부로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모임 전까지 뒷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총리가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규제기관의 장을 재계와의 만남에 불러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난도 적지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에 '구애'를 했다. 녹록하지 않은 경기상황을 반영한 '러프콜'이다.
경제상황을 보면, 1분기 성장률이 반등했다지만 8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비와 설비투자는 회복이 답답하고 '고용률 70%'를 강조하는데도 5월 취업자수는 20만명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 와중에 지난달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대외변수가 하반기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으로 부상했다.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고 환율도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이를 기회로 삼자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가 미국 경기 회복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기업들이 투자 준비를 하지 않으면 회복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할 수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재계, 정부의지는 확인…투자실행은 '시큰둥'
기업의 투자·고용을 적극적으로 늘려달라는 현오석 부총리의 요청에 대해 재계는 신뢰를 보냈으나 실제 투자와 연결짓는데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무엇보다 경제단체장과 경제 사정기관장들 간 모임이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기업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업을 대하는 경제 사정기관과 정치권이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단기간에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 정부의 신호는 확인했지만 각 사정기관이 기업을 대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경제민주화 입법도 9월로 넘겨졌을 뿐 정책 불확실성은 계속 기업들에 과제로 남겨진 상태"라고 전했다.
한 대기업 간부도 "정부와 기업 모두 기업투자 활성화에 대한 총론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정작 기업들이 불만을 품은 경제민주화 및 사정작업은 각론으로 남아있어 쉽사리 걸림돌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질적성장 전환, 일본 아베노믹스의 부작용등으로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정부의 말만을 믿고 선뜻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게 기업들의 속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이날 "앞으로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법환경이 좀 더 개선되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기업들의 불만을 완곡하게 표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경제단체 간부는 "재계 참석자 상당수가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이것이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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