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발 불안에 세계경제 위기 우려

금융시장 요동…양적완화 축소 확산 가능성

세계 경제 1, 2위 대국인 미국과 중국발 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간표를 제시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24일(현지시간)에는 중국의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은 증폭됐다.

◇ 세계 증시 큰 폭 하락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는 장중 한때 2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상승세로 출발했던 유럽증시도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42% 내렸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24% 하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1.71% 떨어졌으며 범유럽 Stoxx 50 지수는 1.48% 빠졌다.

아시아 증시도 하락했고 중국 증시는 5% 이상 폭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1% 하락해 종가 기준으로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29% 내려간 1,963.23에 거래를 마쳤다. 이 지수가 2,000에서 후퇴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26%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는 9개월 만의 최저치로 장을 마쳤다.

금과 은,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중국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신용경색 위기 우려가 시장의 불안을 가중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단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소형 은행의 자금난이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미세 조정에 나서겠다"면서 시장이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도 계속되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시간표를 밝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판단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냉키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은행들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 에델스타인 IHG글로벌인사이트 이사는 "미국 경제가 아직 여러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라면서 "연준의 실업률 하락 기대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양적완화 축소 확산되나…G2·신흥국 모두 불안

미국에서 촉발된 양적완화 가능성이 다른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 시장의 동요에 개의치 말고 소신 있게 출구전략을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BIS의 권유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이 경우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은 엄청나다.

인민은행이 신용경색 우려에도 돈을 풀지 않겠다는 것도 양적완화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신흥국들은 현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만으로도 자금 이탈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다른 선진국들도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외화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지고 신흥국의 자금 경색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실물 경제도 금융시장의 불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양적완화로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시장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된다.

중국은 신용 경색 외에 다른 불안 요인들도 많이 갖고 있다.


제조업 등 실물 경기 지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주택시장도 불안하다.

마크 모비우스 플랭클린 템플턴 회장은 "부실채권 규모가 확산하면서 중국의 주택시장 문제가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8%에서 7.4%로 내렸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할 때 중국의 경제 불안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정상화 과정 vs 장기적 위협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사태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는 분석과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 동요가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사용했던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불안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신용경색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그림자 금융' 등으로 왜곡된 자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나 신용경색이 경제 성장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오르면 민간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가 다시 나타나면 연준이 출구전략 일정을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등 각국 정책 당국과 중앙은행들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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