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일단 회의록 전문 공개를 보류했다. 민주당과의 공동 열람을 추진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긴급대책회의 직후 "국민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 소모적 논쟁의 마침표를 찍고 민생 국회가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즉각 "쿠데타나 내란에 해당하는 항명"이라고 규정하며 "가장 강력한 형태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법을 어긴 정도가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자세로밖에 볼 수 없다"며 "만약 국정원이 배후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면 배후가 청와대인지, 새누리당인지 밝혀야 하며 독자적인 판단이라면 국정원은 해체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기문란을 이렇게 무도한 방법으로 덮으려는 국정원의 작태를 국민 여러분이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정보위 소속 김현 의원도 "남재준 원장은 더이상 국정원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개된 내용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이런 역사적 진실"이라면서 "민주당의 격한 비난은 법을 잘 모르는 언동"이라며 공개는 합법적인 결정이라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정치적으로 고약하다. (국정원이) 일부러 공개한 것 같은데 무슨 판단으로 곤란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우 의원은 "과연 어느 나라가 (우리와) 정상회담을 편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여야가 극단적 대립을 하면서 끝없는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 남북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쇄신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25일 오전 비공개 운영회의를 열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25일 오전 국회에서는 97일만에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다.
민주당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태세다.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배후가 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국정원장 사퇴와 국정원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양보와 타협, 쇄신을 통한 상생과 민생의 국회는 헛된 바람이 되고 포연만 자욱한 정쟁의 국회가 다시 엄습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