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비밀해제 과정에서 남재준 원장의 재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공개 사유로 'NLL발언과 관련한 조작.왜곡 논란에 따른 국론분열'과 '여야 모두의 요구', 그리고 '비밀문서의 존속 가치 훼손'을 들었다.
"국회 정보위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음에도 불구하고, 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ㆍ왜곡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뿐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가운데, 오히려 회담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 6년간 관련 내용 상당 부분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어 비밀문서로 지속 유지해야 할 가치도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개과정의 적법성 문제와 외교적 파장을 우려했다.
초대 국가기록관리위원장을 역임한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의 비밀해제와 관련해 "비밀지정권자가 해제할 권한은 있다"면서도 "그 경우 비밀로서 보존할 가치가 없게 된 경우와 국민이 알권리 충족 등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국가정보원이 비밀을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비밀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그동안 국정원이 흘린 것 아니냐"며 비밀 누설을 통해 보존가치를 훼손한 원인 제공을 국정원 스스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개하는 이유가 국민들의 알권리가 아니고 누가 봐도 정략적인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상외교의 발언록 공개에 따른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정치적으로 고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는데, 이번 파문에 반발해 북한이 당시 발언록을 공개하면 어떡하나"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정상회담 때마다 정치권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공개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특히 외교관계에서 생산된 기록은 보통 30년 이상 기밀로 엄격히 분류되는 게 국제적인 관행이다.
안병우 교수는 "정상회담 대화록 등 외교적인 기록물은 시간이 30년, 50년 지나서 역사자료로서의 의미만 있을 때 공개할 수 있지만, 지금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불과 6년 지난 시점에서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별도로 녹취했더라도 국정원이 단순히 녹취를 풀어쓴 일 밖에 없다면, 대통령기록물의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며 국정원의 자의적인 비밀해제와 공개를 법적 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