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라는 상징성과 무당파층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때문에 도쿄의 도의원 선거는 그해 열리는 전국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가장 가까운 예로 2009년 도의원 선거 당시 의석수가 48석에서 38석으로 줄어든 자민당은 그해 이어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의석수 300석→119석)하며 정권을 민주당에 내줬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과 함께 후보 전원을 당선시키며 전체 127석 가운데 약 65%인 82석(자민 59석·공명 23석)을 차지한 자민당으로서는 이번 도쿄 선거 결과로 참의원 선거 전망에 청신호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과감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로 주가부양과 경기 회복세를 일궈낸 아베 총리는 개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한 채 도쿄 선거를 경제 실적에 대한 평가의 장으로 만들려 노력했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일 결정된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공약이 민감한 정치 쟁점은 피해가는 한편 경제살리기 쪽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도쿄 선거의 전략은 참의원 선거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까지 1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치러진 도쿄 선거의 결과만 놓고 보면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선전이 유력해보인다.
현재의 제1야당이자 참의원 제1당인 민주당은 이번 도쿄 선거에서 15석(종전 39석)에 그치는 괴멸적 패배를 당했고, 도쿄 의회 제3당(17석)으로 약진한 공산당을 자민당의 대항마로 보기엔 일본의 '우향우' 분위기로 미뤄 무리가 있다.
또 보수표를 일부 나눠가질 것으로 전망되어온 일본유신회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공동대표의 '위안부 망언' 여파로 도쿄 도의회에서 2석을 가져가는데 그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도 자민당 표를 불리는 결과로 연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대안 세력의 존재가 미미하고, 정치·외교 관련 쟁점이 부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의원 선거의 주된 변수는 결국 아베 정권이 선거때까지 약 4주 동안 '아베노믹스'로 따낸 경제 관련 포인트를 지켜낼지 여부라고 일본 언론들은 24일 전망했다.
특히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거침없이 상승하다 지난달 하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주가의 향배가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선거때까지 1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국제경제의 현안과 맞물린 일본 주가는 아베 정권의 손을 떠난 양상이다.
이미 아베 총리는 주가가 이상기류에 직면한 이달 초 '아베노믹스 제3의 화살'이라는 장밋빛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수습해보려 했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확인한 바 있다.
주가와 장기금리 등 지표가 심상치 않을 경우 선거 10여일 전인 다음달 10∼11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모종의 조치를 카드로 빼들 여지가 있지만 효과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의 지난 17일 발언과 같은 돌발적인 실언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자민당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아베 정권 입장에서 또 하나 신경쓰이는 대목은 최근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잇달아 자민당 측 후보가 패한 사실이다.
자민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안정적인 정당지지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4월 나고야(名古屋) 시장선거, 지난달 사이타마(埼玉) 시장 선거, 지난 16일 시즈오카(靜岡)현 지사 선거 등에서 패했다.
이번 도의회선거때 43.5%의 낮은 투표율 속에 확인된 도쿄의 지지세를 지방에까지 확대 해석하기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현재 참의원 242석 가운데 공명당(19석) 의석을 포함해 102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민당(83석)은 절반인 121석을 교체하는 7월 선거에서 제1당 탈환과 함께 공명당과 합친 의석수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토대로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민주당 일부 의원 등 개헌 지지세력을 모아 숙원인 헌법 개정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