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명찰에 검은 글씨는 정규직. 검은 명찰에 노란 글씨는 비정규직.' 경기도의 한 완성차 공장에서 같은 작업복을 입고 비슷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은 가슴에 달린 명찰 색깔로 소속이 구분된다. '검정 명찰'은 기본근무에 잔업, 특근까지 해야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지만, '노랑 명찰'의 월급봉투는 2배 이상 두껍다.
'검정 명찰' 김모(43)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함께 밤늦게 마트에서 장을 본다. 그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삶 자체가 다르다".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도 '노랑 명찰' 한 명이 버는 것보다 못한 상황에서 절약은 생존의 문제다.
"먹는 것, 마트에 가면 날짜 다 된 것은 세일을 해요. 우유나 어묵같은 것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 있으면 총알같이 달려가서 집어들지요." 김씨의 말이다. "150만원 받아도 안 먹고 안 쓰면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둘이 벌어도 정규직 한 명이 버는 걸 못 따라 가는데 과연 내가 얼마를 받아야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정규직 전환 바람을 타고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사람들은 어떨까. 20대 후반인 이모씨는 5년 정도 모 시중은행 창구직원(텔러)으로 일하다 얼마 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씨가 매달 받는 돈은 150만원 안팎, 비정규직 꼬리표만 뗐을 뿐 초봉이 3000만원이 넘어가는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여전하다.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무기계약직으로 일반 은행직원과는 아예 채용 직군부터 다르고 호봉 승급도 인정되지 않아 경력에 따른 급여 인상분도 미미하다.
이 씨는 "정규직화 했다고 하는데 급여 차이는 모르겠고, 일하는 거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정규직이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정규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텔러'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기면서 행원과의 임금격차가 당연시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업무직군을 따로 만들어 저임금 직원을 배치하고 임금 차별을 정당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다.
■ 비정규직 임금 9% 적어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일제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253만 3000원의 월급을 받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41만 2000원에 불과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근속연수와 나이, 성별, 학력, 사업체 등을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9.1%(2011년)였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중소기업보다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더 컸다. 기본급보다는 특별상여나 연말성과급 등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5809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그의 60% 수준인 1만6286원에 불과했다.
비정규센터 이남신 소장은 "노동 소득분배는 OECD 기준이 70% 안팎인데, 우리나라는 60%가 안 된다"며 "소득 중에 노동이 60을 가져가면 사용주가 40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OECD 기준(70%)을 맞추려면 기업이 이득의 10%를 추가로 비정규직 등에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주가 스스로 이런 일에 나설 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정규직이 먼저 비정규직과 임금을 나누면서 물주격인 사용주에게도 함께 분담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규직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