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결국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의원은 21일 긴급성명을 통해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기획단장이었다. 긴급 성명은 직접 작성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문 의원은 대선 전은 물론 이후에도 회의록 공개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었다고 한다. 대선 당시 'NLL 포기 발언 논란' 때도 전직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논의했지만 "공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리하지만 안고 가자"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정을 경험했던 문 의원으로서는 회의록이 공개된다면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날이 될 것이고, 향후 남북간 정상회담도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었다"고 전했다. 문 의원이 긴급성명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라고 표현한 이유로 보인다.
문 의원은 그러나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는 말로 회의록 공개에 동의했다. 무엇이 그의 마음을 돌려놨을까.
성명에서 밝혔듯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10·4 선언을 남북관계 발전의 '빛나는 금자탑'이라고도 했다.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멸시적 태도를 보면서 문 의원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측근은 "더 이상 참는 건 노 전 대통령을 계속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것이라는 우려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정원 개혁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강조하려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앞서 문 의원은 자신을 이번 사건의 ‘정치적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법과 원칙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대통령도 검찰도 국정원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또 최근 기자들과 가진 산행에서도 "이제와서 박 대통령에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 일을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하고, 그걸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로만 만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여권이 'NLL 포기 발언 논란'도 국정조사를 하자고 물러서지 않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문 의원의 한 참모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마치 확인한 것처럼 발췌본을 가지고 새누리당이 나왔고 국정원의 2차 국기문란 행위를 더는 지켜보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측근은 “문 의원이 지난 대선 때는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침묵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강공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