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강희 "갈등설 억측에 힘들어"

심경 인터뷰

-승부 쫓기면서 내 스타일 잃어 아쉬워
-해외파? 국내파? 가르는 자체가 잘못
-구자철 기성용 부상으로 소집못한 것
-홍명보,노하우 충분 후임감독 적절
-박지성? 필요하지만 본인의사 따라야
-케이로스 이란감독,퍼거슨인줄 착각


"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강희 감독


우리 축구대표팀. 비록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지기는 했습니다만, 8회 연속 월드컵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분명히 좋기는 좋은 일인데요.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 이런 평가들도 많죠. 그렇다면 이분은 어땠을까요? 어렵게 연결했습니다. 이란과의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예정대로 사임했죠. 최강희 감독,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 최강희> 안녕하세요, 최 감독입니다.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최강희> 아닙니다.

◇ 김현정> 1년 6개월간의 여정.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었는데, 후련하실 것 같기도 하고 섭섭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소감이 어떠세요?

◆ 최강희> 후련하기는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고... 만감이 좀 교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한테는 무슨 말 해 주셨어요?

◆ 최강희> 우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했는데, 마지막 경기를 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고. 안 좋은 분위기를 좀 추슬러야 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경기는 좀 아쉽지만 빨리 이 경기는 잊고. 다음 본선체제로 준비를 해야 되니까 경쟁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하고 헤어졌습니다.

◇ 김현정> 많이 다독여주셨군요. 격려를 하고 힘을 불어넣고 헤어지셨군요.

◆ 최강희> 네.

◇ 김현정> 눈물은 안 흘리셨어요, 혹시?

◆ 최강희> 글쎄요. 이제 눈물은 안 나오고... 경기가 굉장히 아쉽게 마무리 됐기 때문에 선수들하고 어떤 감동적인 장면이라든지 여러 가지 즐거운 장면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 김현정> 승리를 하고 우리가 본선진출 확정이 되면 뭔가 멋있는 무대를, 멋있는 이벤트를 하고 헤어져야 되겠구나 라는 구상은 하셨군요?

◆ 최강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뭐하고 싶으셨어요?

◆ 최강희> 선수들 일일이 부둥켜안고 그동안 경기를 나간 선수들보다 뒤에서 희생하고 협조한 그런 선수들도 껴안아주고 감정전달을 해 줬어야 되는데, 그런 걸 일일이 다 못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대표팀 감독 자리를 우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들 하죠. 최강희 감독 같은 경우에는 끝까지 고사하다가 그 자리에 앉은 것이기 때문에 내내... 그 부담감이 어느 정도나 됐습니까?

◆ 최강희> 부담감보다는 제가 생각했던 대로... 제가 대표팀 코치를 2년 정도 하면서 나하고는 맞지 않다. 저는 아무래도 선수들하고 훈련을 통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믿음과 신뢰나 선수들하고 생활을 오래 해야 되는데. 짧은 시간에 전력을 극대화시켜야 되는... 아무래도 이제 그런 부분이 저하고 성격적으로 안 맞고, 또 제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게 됐었는데요.

◇ 김현정> 말하자면 스타일이 안 맞은거군요?

◆ 최강희> 네. 초반에는 카타르 원정, 홈 레바논 2연승을 하고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그사이에 올림픽이 있었고, 원정 두 경기를 1무 1패하면서 이제 약간은 쫓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제 스타일을 버리고 선수들한테 잔소리도 많이 하게 되고, 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훈련을 하다 보니까 저는 제 스타일을 이제 잃어버리게 됐고, 선수들은 그런 것에 집중을 못하다 보니까 계속 쫓기는 경기를 하고. 그래서 내용도, 결과도 그렇게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대표팀 감독은 또 따로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원래 최강희 감독 하면 장기전이잖아요. 장기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선수들과 신뢰를 쌓아서 아주 굳건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경기를 이끌어내는 분인데. 지금 대표팀이라는 건 뭐랄까요, 그때 그때 모여서 잠깐 훈련하고 경기하고 헤어지는 이런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거군요?

◆ 최강희> 맞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그렇고요. 지도자 역량이 뛰어나면 짧은 시간에 팀을 극대화시키는 그런 능력도 있어야 되는데. 지도 스타일이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을, 고전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언제가 제일 힘드셨어요?

◆ 최강희> 레바논 원정을 가서 비기고 왔습니다. 그래서 홈에서 우즈벡과 이란 두 경기가 남았는데, 언론도 그랬고 주위에서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기자분들도 우리 스케줄이 불리한 것 아니냐? 카타르하고 레바논은 탈락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란, 우즈벡은 유리한데.

오히려 외부에서 흔들기 아니면 해외파, 국내파. 그것도 아니면 선수들끼리 분위기가 안 좋다, 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안 좋다는 얘기. 그런 것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고요. 선수들하고 저하고는 정말 경기를 위해서 준비도 잘 했고, 그런 것들이 경기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힘들었고...



◇ 김현정> 그렇지 않아도 제가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사실은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파벌 갈등, 파벌 싸움이 있다. 심지어는 이청용파, 기성용파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이 됐는데요. 그건 아닌가요?

◆ 최강희> 그럼 저는 누구파인가요? (웃음)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해외파, 국내파라는 말도 잘못된 거다. 그거는 언론에서 만든 말이고 해외파는 무슨 한국 사람이 아니냐, 한국 국적의 선수가 아니냐. 또 해외에 나간 선수들을 보면 다 K리그 클래식을 통해서 해외나 유럽을 나가게 됐는데, 마치 문제가 있는 것같이 비춰지고...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는 했습니다. ‘저는 경기를 지는 거는 용서를 해도 팀 분위기를 해치든지 패가 갈리는 건 용납이 안 된다.’

◇ 김현정> 용납이 안 된다 였습니까. 실제로도 패가 갈리지 않았습니까?

◆ 최강희> 안 갈렸죠.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제가 절대 그런 것에 대해서 용납을 할 수 없고요. 초반에는 식사를 하든지 이렇게 모일 때 보면 유럽선수들하고, K리그 선수들하고 그런 모습이 종종 있었습니다.

◇ 김현정> 초반에는 약간 어색하고 신경전 벌이고 그런 게 있었군요.

◆ 최강희> 아무래도 처음 소집을 하게 되면 조금씩 그런 문화가 대표팀에 있었는데요. 그걸 알고 들어가게 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도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고. 또 그런 것에 대해서 이제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계속 제가 끝날 때까지 마치 없는 게 있는 것처럼 끄집어내다 보니까...

◇ 김현정> 억측이었군요. 억측, 루머?

◆ 최강희> 그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오히려 대표팀에서 그런 행동이나 말이 점점 줄어들든지 위축이 되게 되든지.

◇ 김현정> 오히려 갈등설, 설이 정말로 갈등을 만들 뻔했네요. 선수들을 흔들어서 말이죠. 그럼 왜 이런 소문이 나왔느냐. 기성용, 구자철 선수를 불러들여 기용을 하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운 평가들이 계속 나오면서 감독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 해외파, 국내파 갈등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이런 게 꼬리를 물었던 것 같아요.

◆ 최강희> 지도자가 선수를 미워한다, 편애를 한다. 그런 생각을 갖는 자체가 국가대표 감독 자격이 없는 거겠죠. 저는 제가 지는 것보다도 팀 분위기를 해치는 걸 너무나 싫어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왜 구자철, 기성용 선수를 기용 안 하셨던 건가요?


◆ 최강희> 구자철, 기성용 선수가 이번에 소집이 안 된 것은 보통 유럽 선수들 같은 경우, 보름 전에 팀에 공문을 보냅니다. 기성용 선수는 공문을 보낼 당시에 4주 정도를 재활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를 하나도 못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표팀에 들어오면 첫 경기인 레바논전을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었고, 또 나머지 두 경기를 재활을 통해서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을 지 불투명했어요. 그리고 구자철 선수는 공문을 보낼 때 부상으로 경기를 계속 못 나가다가 후반전 20분 경기를 뛰었습니다. 20분 정도요.

그래서 기술위원장하고 제가 의논을 한 게 레바논전을 20명 데리고 가서 소화를 하고. 그러니까 8명은 파주에서 훈련을 하고 20명을 데리고 가겠다. 28명을 이원화해서 대표팀 운영을 하겠다, 당초에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또 그런데 이원화를 하게 하면 코치도 남겨둬야 되고, 또 갔다 오면 28명의 선수로 훈련을 하게 되고. 그게 너무 산만해지고 엔트리는 23명인데 5명은 또 열외가 되고...

여러 가지로 소집 때마다 부상 선수나 경고 누적이나 그런 걸 감안 하고 선수를 뽑아야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비춰질 때는 선수와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냐 하는데. 저는 어떤 선수를 미워한 적 없고요. 어떤 선수라도 능력만 되면 뽑아써야 하는 것이 감독의 의무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제 최강희 감독님은 어제자로 완전히 사임을 하신 거고, 새 감독을 축구협회에서 물색 중인데. 누구를 염두에 두고 계세요, 후임 감독?

◆ 최강희> 저는 처음에 취임할 때 외국인 감독 중에서도 좀 지명도도 있고, 한국을 월드컵에 이끌고 나가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 수 있는 분이 했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했지만. 지금 지나고 보면 짧은 기간에 극대화를 시켜야 되고, 한국선수들이나 한국축구문화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고. 여러 가지로 곤란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하게 얘기 되고 있는데, 그러면 홍 감독 정도는 괜찮을까요?

◆ 최강희> 저는 충분히 괜찮다 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팀을 극대화시키려면 여러 가지 경험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요. 홍 감독이 작년 올림픽 동메달을 딸 때 그 선수들이 소위 A대표팀에서도 반 이상, 어쩌면 70% 이상 성장을 하고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간다면 단기간에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질문도 들어오는데요.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 복귀하는 건 어떤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강희> 절대적으로 본인의 마음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대표팀은 본인이 희생해야 되고 책임감을 가져야 되고, 그러다 보면 본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현재 능력도 그렇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자원이지만 이제 그런 부분은 다음 감독님이나 본인이 심사숙고해야 되겠죠.

◇ 김현정> 우리 청취자들께서 최강희 감독한테 궁금한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란 감독이 이번에 참 무례한 행동, 언사 이런 것 때문에 내내 화제가 됐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을 이란 감독이 자기 티셔츠에 붙이고 나오기도 했고요. 경기 후에는 주먹으로 욕을 날리기도 하고, 망언을 하기도 하고. 감독님 화 안 나셨어요? 이런 질문도 들어오네요.

◆ 최강희> 화는 났지만 경기를 지면 입을 닫아야 됩니다. 모든 게 변명이 되기 때문에.

◇ 김현정> 아... 참으셨어요?

◆ 최강희> 이 지구상에 여러 종류의 감독이 있지만 그분은 자기가 퍼거슨 감독인 줄 착각을 하고. 또 유럽 사람이 아시아에 와서 감독을 하다보면 그런 얼토당토않은 행동을 하는 감독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감독한테는 대꾸해 줄 필요 없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최강희> 자기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논할 필요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여유롭게 받아넘길 수 있는 여유, 최강희 감독이 한 수 위시네요. (웃음) 1년 6개월, 이제 마무리 지으면서 전북팀으로 바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 최강희> 돌아가야 됩니다. 저를 눈물겹도록 기다려 준 팬들이... 너무나 많이 기다려주셨어요. 제가 용기와 희망의 끈을 안 놓은 것은 저를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 때문에, 어려울 때마다 힘을 많이 얻었고요. 저는 그 약속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마지막에 경기 내용이 좀 좋지 않게 끝나면서 모진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마는 이제 떠나는 분한테 제가 그런 모진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 최강희> 한마디 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원래 전북 계실 때 별명이 봉동이장이셨잖아요. 다시 봉동이장으로 돌아가셔서 활약하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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