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평가에 '4대강 면죄부' 있었다

4대강 빚더미로 부실해진 수자원공사, 공공기관 평가는 상위권...왜?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2008년 MB정권 출범 원년에 수자원공사는 부채비율이 20%도 채 안되는 우량 공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부채는 1조9천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시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떠맡으면서 2009년부터 무려 8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게 돼, 2012년 말 현재 부채는 13조7천억원을 넘어섰다. 부채가 5년새 7배나 불어나 부채비율은 122%로 치솟았다.

정부 사업을 떠맡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점에서 MB정권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떠맡으면서 부채비율이 급등한 토지주택공사(LH)와 비슷한 처지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두 기관의 운명은 엇갈렸다.

LH의 경우 평균 이하인 C등급을 받은 반면, 수자원공사는 B등급을 유지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빚이 급증하던 2010년과 2011년 경영평가에서도 연속 A등급을 받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빚더미 속에서도 수자원공사의 경영평가가 양호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MB정권의 '4대강 면죄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직후 개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평가단 곽채기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채가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MB정권, 4대강 부채는 경영평가에서 제외 결정

곽 교수의 발언에 덧붙여 평가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있었고 거기서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채권발행으로 조달하는 대신, 이자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 그 부분에 대한 경영평가는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또 경영평가단 최종원 단장은 "이번 경영평가 지표는 이미 지난 2011년 말 만든 것이고, 평가단은 그 지표에 따라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하게 된다"며 "평가지표는 이번 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으로 떠안게 된 빚은 경영실적 평가 지표에서 아예 빠져 있고, 그 지표는 지난 MB정권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급격한 부채증가에도 수자원공사가 재무건전성 등에서 나쁜 점수를 받지 않은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맡는 대가로 경영평가에서 해당 부분을 제외해주는 사례가 흔하진 않지만 과거에도 있었다"며, "그런 혜택이 없으면 어느 공기업이 8조원이나 되는 부채를 떠맡으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비슷하게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MB정부 국책사업을 맡았다가 부채가 급증한 LH나, 전기요금 인상억제 등으로 빚이 늘어난 한국전력의 입장에서보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할만도 한 처사다.

어쨌든 수자원공사는 부채비율이 120%를 넘어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서도, 4대강 면죄부에 힘입어 올해 경영평가에서도 B등급을 받았고, 직원들은 최대 150%의 평가급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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