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얻어냈는데 한전은 시간끌기 딴짓만"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한전에 맞선 대가로 마련된 전문가 협의체인데, 한전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허위보고와 무성의한 자료제출 등의 시간끌기로 어렵게 구성된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가 가동 10여일만에 위기에 처했다.

한전이 전문가 협의체에서 핵심 내용이 누락되거나 무성의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시간끌기에 급급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와 야당에서 추천한 김영창, 하승수, 이헌석, 석광훈 위원은 18일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합의서에서도 한전은 전문가협의체 활동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도록 되어 있지만, 한국전력은 전문가협의체 위원들의 자료제출요구에 시간을 끌면서 무성의한 태도로 임하고 있고, 왜곡된 보고로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한전 측의 허위보고 사실을 지적했다.

2차 회의에서 한전 팀장은 밀양지역 5개면 30마을 중 15개 마을이 합의 완료됐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합의한 마을은 4개 마을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협의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여러 차례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13개 보상안을 거부하고 지중화만 요구했다고 왜곡해 보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무성의한 회의 준비도 여러차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차 회의에서는 신고리 3~4호기 전력 기존 노선 증용량'송전에 대한 한전의 보고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회의 시간이 다 되어서야 한전 관계자가 "오전에 연락받았다"며 참석해 이미 국회 산업위에 보고된 내용을 발표했다.

결국 노선 증용량 송전 문제에 대해서는 11일 뒤인 18일에야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핵심내용이 빠진 자료를 제출하거나, 실제 요청했던 질문과 상관없는 원론 수준의 답변을 한 적도 있었다.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사실상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하승수 위원은 "밀양 문제의 합의점을 찾으려면 경제성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래서 그동안 집행된 보상비와 공사비 내역을 달라고 했으나 한국전력은 '협의체 논의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제출한 시뮬레이션 자료값이 너무 차이가 나면서 입력조건을 설정해 유리한 쪽으로 결과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헌석 위원은 "한전이 시뮬레이션 조건 설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과장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한전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위원들은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한정의 태도를 방관하다가는 전문가협의체는 40일이라는 활동기한 내에 제대로 된 검토작업을 할 수가 없게 되며, 이는 전문가협의체의 활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이 그동안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을 거부하며 제출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믿을 수 없는 것임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한전은 진실된 자료만으로 논의에 임해야 하고, 정부는 적극적 자세로 한전이 전문가협의체의 활동에 협조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불성실한 태도와 대책위 측 추천 위원들의 반발에 따라 협의체 일정이 제대로 굴러갈 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 협의체가 결론을 내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협의체 구성을 하기 전부터 반대대책위가 우려했던 대로, 한전 측이 거짓 보고를 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전력 측은 조속히 성실한 논의에 나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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