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혁신학교'가 '콩나물 교실'이 된 까닭은?
② 꼴찌가 명문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③ ‘혁신학교’에 눈독 들이는 박근혜 정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인 김양희(38‧여)씨는 올초 서울에서 경기도 고양시로 이사를 했다.
그가 서울을 떠난 것은 비싼 집값도, 원거리 출퇴근 때문도 아니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못 느끼면서 소극적이 돼가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혁신학교에 대해 알게 된 김 씨는 과감하게 이사를 결정, ‘현대판 맹모’의 길을 선택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성격이 적극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옮기길 잘한 것 같다”며 “2년 전에도 집이 별로 없어 전세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월세살이’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대표적 혁신 초등학교인 성남시 판교 보평초등학교, 고양시 서정초등학교, 광명시 구름산초등학교 인근 아파트의 전셋값은 혁신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3.3㎡당 10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혁신학교 인기에 주변 전세값 들썩
18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가장 먼저 혁신학교를 시작한 경기도의 경우 2009년 3곳에서 현재 227곳으로 늘었고, 전북에선 2011년 20곳에서 올해 84곳으로 확대됐다.
또 3년만에 전남은 51곳, 광주는 18곳, 강원도는 41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유일하게 지난해 말 보수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선 서울지역만이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지정했던 67곳에서 늘지 않았다.
학생‧학부모들의 뜨거운 호응만큼이나 혁신학교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경기 혁신학교 중 절반이 과밀…혁신학교 취지 살리기 힘들어
하지만 이같은 혁신학교에 대한 열기는 곧바로 부작용을 가져왔다.
4년전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된 광명시 구름산초등학교는 개교 당시에는 27학급에 학급 당 학생수도 23명 정도였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48학급에 학급 당 학생수도 30명을 훌쩍 넘긴 과밀‧거대 학교가 돼버렸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시 경기도 혁신학교 154곳 가운데 77곳이 ‘과밀학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영희 구름산초 교사는 “절반 이상이 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이사를 온 경우”라며 “지난해에는 한 반에 48명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현재 학교의 최대 화두는 과밀 해소에 있다”고 말했다.
학교로서도 과밀 해소를 위한 특위를 조직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위장전입 여부에 대해 실사를 벌이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작은 학교를 표방하며 모둠 및 프로젝트 수업 방식을 통한 공공성과 창의성 육성을 지향해온 혁신학교의 교육방식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양 교사는 “학생 수가 많다 보니 선착순이나 추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아이들도 처음엔 잘 기다리다가도 몇 번 자기 차례가 다음으로 미뤄지면서 이상한 경쟁의식 같은 게 생기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급당 학생수 감축만으론 해결 안돼…학교 적정 규모 고민할 때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당장 급한대로 증축을 통해 학급수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사항에서 2020년까지 학급 당 학생수를 OECD 상위 국가 수준인 21명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학교측의 입장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더라도 밀려드는 학생들로 인해 거대학교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
조용두 구름산초 과밀 특위 위원장은 “학교가 이미 포화상태가 됐는데 무조건 학급만 늘린다고 하면 교실 이외의 특별활동 공간은 턱 없이 부족하게 된다”며 “학급 수만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된다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교실을 다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학급당 25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30명이 넘는 학교들이 생겨났다”며 “혁신학교를 확산시켜 집중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시즌2 취지 중 하나로 올해부터 2015년까지 경기도 초중고의 50%인 1,100개교에서 혁신학교 모형을 실행한다면 과밀·과대학교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