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꼬리 내리나?…현 부총리 "기업 부담줘선 안돼"

재계 기살려 경기 회복에 힘실어주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경제사정기관장들이 경제부총리 주재로 한자리에 모였다.

현오석 부총리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과 조찬 모임을 가졌다.

부총리와 경제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기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당초 알려진대로 이 자리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경제민주화, 지하경제양성화와 관련한 기업의 우려를 해소할 목적이었다.


이날 모임에서 현 부총리가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서 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업 활동이 잘돼야 경기 회복도 빠르고 저성장 흐름도 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부총리는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야 된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이날 모임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숨가쁘게 진행돼온 경제민주화는 탄력을 상실하며 국정의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동안 재계는 경제민주화법 관련법 제정, 잇따른 대기업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에 대해 '대기업 옥죄기'로 규정하고 국회를 항의방문하는 등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로 인해 부당 하도급, 일감몰아주기, 지배구조 등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국세청의 잇따른 대기업 세무조사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킨다며 거부감을 보여왔다.

일례로, 지난 4월 대한상의의 회장단은 김덕중 국세청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무조사의 강도가 예년과는 다른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조성되고 있는 기업 옥죄기 분위기로 기업들이 불안해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재계 분위기를 의식해 그동안 국회대정부 질문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대해서는 적극 보호하겠다며 재계를 다독거려왔다.

그러나 재계의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경제수장이 직접 경제 분야 사정기관장들을 모아놓고 보다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17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 추진이)기업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위축된 재계의 기를 살려서 투자 등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장기 침체에 빠진 경기가 회복되는데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민주화가 재계의 반발에 막혀 후퇴하게 된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대기업 관련 개혁은 용어만 다를 뿐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제활동 위축 등의 재계 논리에 막혀 유야무야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고, 이번에도 똑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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