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깨지는 각오없이 경찰 미래 없다"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 현장 경찰들 자성 목소리 줄이어

경찰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과정에서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온라인에는 빨간 사과 그림과 함께 ''대한민국 현장 경찰관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등장했다.

이 포스터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축소수사를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밝혀진데 대해 반성하는 의미에서 한 일선 경찰관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터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해쳤던 점'', ''조직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여, 부당한 명령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든 점'', ''그리고, 한 사람의 경찰로서 이 모든 것이 이뤄질때까지 침묵했던 점'' 등 사과이유가 적혀 있다.

이에 공감하는 다른 현직 경찰과 네티즌들이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나르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경찰서 황정인 수사과장은 사무실에서 정복을 입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경찰은! 거듭나야 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 과장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수사기관으로서 국민에게 최소한의 신뢰마저 송두리째 잃었다"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국민 앞에 서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인가? 무슨 낯으로 믿어달라고 할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지방청장이 명백히 범죄행위인 지시를 하는데도 지휘 계통에 있는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에서 이번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경찰의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며 "경찰청은 마땅히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발방지대책은 사건 관련자 전원에게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조직이 깨지는 아픔을 겪을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찰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방의 한 현직 경찰도 "경찰로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굴종을 끊고 ''올바른 주체성''을 찾아야 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검찰 수사발표에서 제시된 근거와 개연성 등을 볼 때 적어도 경찰 수사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박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라면서 "현장 경찰로서 부끄럽고, 이런 일을 행한 이들에 대한 극렬한 분노를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사태를 치장, 외면, 축소하지 않고 돌팔매를 겸허히 맞고 거듭나야 한다"면서 " 그 방법은 거의 ''죽음''에 가까운 ''해체''에 가까운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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