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갯메꽃을 포함해서 메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메꽃을 나팔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해야 맞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의 모양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나팔꽃이 대중가요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유가 클 것입니다. 이것은 메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에서 도입된 관상용 꽃들을 학교나 공원 화단, 도로 주변에 많이 심다 보니까 자주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보다 외래종을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팔꽃은 인도가 고향인 한해살이 귀화식물이고 메꽃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토종식물입니다.
메꽃 종류에는 갯메꽃 말고도 식물체에 털이 없고 잎이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면서 아랫부분은 귀 모양을 하고 있는 메꽃, 메꽃과 달리 줄기 등 식물체 전체에 털이 많은 선메꽃, 잎은 긴 삼각형으로 아랫부분이 양쪽으로 크게 갈라져 있는 큰메꽃, 꽃자루가 길고 꽃자루에 날개가 있는 애기메꽃이 있습니다. 갯메꽃은 ''갯''이라는 접두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닷가에서 자라고 잎은 다른 메꽃 종류와는 달리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꽃과 비슷한 나팔꽃은 잎이 넓은 달걀 모양으로 생긴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나팔꽃이 한낮에야 꽃잎을 열고 저녁이면 닫아 버리는 것과 달리 메꽃 종류는 흐린 날이나 해가 떨어진 저녁 늦은 시간까지 꽃잎을 열고 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갯메꽃은 덩굴성 식물로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바닷가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꽃입니다. 줄기는 뿌리줄기에서 줄기가 갈라져 땅위로 길게 뻗어 가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갑니다.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지고 둥그런 하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잎 표면은 수분의 과도한 증발을 막아주는 큐티클층이 발달하여 반질반질 거립니다. 꽃은 연한 분홍색으로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데 5월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잎보다 길게 올라와 늦은 것은 7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8월이 되면 둥그런 열매가 달리고 그 안에는 단단하고 검은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요즘은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갯메꽃을 공원에서도 간간이 만날 수 있습니다. 서서히 우리의 자생식물을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갯메꽃을 키워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8~9월경에 씨앗을 받아서 종이에 싼 채로 냉장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뿌리면 됩니다. 씨앗을 2~3일 정도 물에 담가 놓았다가 뿌리면 발아율이 높다고 합니다. 흙은 물이 잘 빠지는 모래가 좋고 될 수 있으면 화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화분에 심어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물은 뿌리가 내릴 때까지 매일 주어야 합니다.
초여름 바닷가로 나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꽃이 갯메꽃입니다. 바위틈이나 모래밭 먼발치에서 늘 바다를 향해 연분홍 꽃잎을 열고 있는 모습이 홍조를 띤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이 모습 때문에 갯메꽃이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얻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약한 느낌과는 달리 갯메꽃의 터전은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바닷물이 밀려오는 척박한 곳입니다. 하지만 갯메꽃은 어려운 환경을 조금도 탓하지 않고 해가 뜨기 전부터 부지런하게 꽃을 피워냅니다. 이런 과정을 알기에 하얀 모래밭과 검은 바위, 그리고 푸른 바다와 어울리며 수줍게 피어있는 갯메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