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뉴타운 전체 해제, ''서울성곽마을 재생'' 활기 얻나

[서울의 재발견]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조건, "마을 재생과 도성마을"

서울 동대문 옆 낙산 자락에 자리한 종로구 창신, 숭인 지역이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35개 뉴타운 가운데 지구 전체가 해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창신동과 숭인동을 포함해 장수마을, 이화마을 등 서울의 대표 서민동네를 품고 있는 동대문 낙산의 마을, 즉 서울성곽 주변 도성마을들의 ''''마을 재생''''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탄력받는 ''마을 재생''과 ''도성 마을''

''마을 재생''이란, 기존 마을을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 단지로 바꿔버리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든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마을의 특성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면서 노후된 주택과 마을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서울을 더 이상 획일화된 아파트 도시가 아닌, 역사문화도시로서 특색과 장점이 있는 동네들의 집합체로 만들고자 하는 일종의 대안개발이다.

특히 서울성곽 즉 서울한양도성 주변의 마을의 재생은 ''''도성 마을'''' 조성이라는 면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그 중 동대문 낙산 지역은 서울한양도성이 지나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동네들이 터를 잡은 곳이라, 서울의 마을 재생 및 도성마을 조성에 있어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이었다.


이런 가운데, 낙산에 자리잡은 서울 대표 서민동네인 창신동과 숭인동이 뉴타운에서 해제되면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성마을 재생이 탄력을 받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뿐 아니라 낙산 도성마을로 관심을 모아온 성북구 삼선동1가의 장수마을이 지난 4월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것도, 이번 창신동과 숭인동의 뉴타운 해제와 맞물려서 도성마을 재생 사업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한양도성 주변은 주로 구릉지나 문화재 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으로 분류돼 있고 높이 규제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해법을 역사·문화적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도 주거·경제 등 각종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개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던 지난 5월, 서울시가 이화마을·장수마을 등 서울한양도성 주변 지역에 도성 마을을 조성해 현재 생활상을 보존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울러 한양도성 전체 18.6㎞ 중 사유지에 포함돼서 복구가 불가능한 멸실 구간 4.1㎞는 원형 복원을 하지 않는 대신에 ''역사문화환경 지역''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년 4월까지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조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성곽마을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는 성곽마을로 조성되는 지역에 마을박물관 등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도시가스 및 하수관거, 주요 골목길들을 정비하면서 노후 주택 개량 지원, 범죄 예방을 위한 CCTV설치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양도성과 어우러진 성곽마을의 독특한 경관과 골목길,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등 지역의 잠재적 가치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해서는 등재유산으로서의 성곽(역사문화자원)과 주변환경으로서의 마을(생활문화자원)의 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유네스코의 입장이다. 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만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시민들이 한양도성뿐만 아니라 그 주변 마을도 문화재 일부로 향유하도록 하면서 서울을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가려는 방침은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낙산의 창신동과 숭인동의 뉴타운 전체 해제가 이뤄지면서 서울시가 계획했던 ''와룡공원~흥인지문'' 구간의 도성마을, 창신동과 숭인동의 마을재생 대안개발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 낙산의 ''''장수마을''''과 ''''이화마을''''의 사례

서울에서 ''''마을재생''''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낙산공원 밑 성곽 바깥의 성북구 장수마을이다.

주민의 65% 이상이 60살이 넘는 고령인 이 작은 마을은, 도시의 대안개발을 연구하는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동네목수''라는 마을기업이 생기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동네목수''''는 시민운동가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실내건축 사회적 기업이다. 주민들이 참여해 기존의 집을 고쳐 말끔하게 단장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도 회복하는 마을 재생 사업이다. ''''동네목수''''는 지역 내 리모델링, 집수리 등을 통해 주거환경개선과 주민 일자리, 소득 창출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동네목수''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회복은 집수리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민들이 만족하는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을 벼룩시장, 골목 디자인(벽화), 텃발 분양, 목공 교실 등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며 최근엔 카페도 열었다. 서울시가 핵심 과업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도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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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이화마을도 최근에 이곳을 찾는 젊은 커플과 사진작가들이 부쩍 많아진 동네다. 이화마을을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 것은 예술인들이 정부와 함께 동숭동과 이화동 달동네의 골목골목에 수놓은 작은 설치미술, 곧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소외지역의 주민들과 미술을 공유하면서 마을 분위기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정부와 예술인이 손잡고 2006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그 출사지로 선택된 곳이 바로 낙산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칙칙하고 남루한 동네 이미지가 정겹고도 예쁜 골목의 이미지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마을 바꾸는 장수마을의 사례와는 다르지만, 지역의 대학생과 예술인들이 동네의 기존 모습을 철거하지 않으면서 작은 미술과 예술 디자인을 통해 마을의 모습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마을 재생의 작은 시도에 있어서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 우리나라 대표 봉제골목, 동대문시장의 ''''어머니'''' 창신동

오늘 뉴타운 전체 해제된 창신동은, 화려한 동대문시장 너머에서 묵묵하게 동대문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어머니'''' 같은 배후지이자 동대문시장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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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봉제골목은 동대문 평화시장 일대 봉제공장들이 창신동 안으로 진입하며 생겨난 골목이다. 197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평화시장의 봉제공장들이 더 이상 기존의 극단적 저임금 장시간 노동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대기업들도 기성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려움에 처한 청계천 평화시장 일대의 봉제공장은 땅값이 싼 창신동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한때 2만 7천여명에 달하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노동자들이 창신동을 비롯한 인근 주택가의 작은 봉제공장 하청노동자가 됐다. 그리고 이들이 지금은 동대문시장 의류를 주문 생산하는 하청 봉제공장의 안주인이 된 것이다.

과거 평화시장의 좁은 봉제공장에서 웅크리며 일하던 시다 출신의 누이들은 이제 가내수공업 방식 혹은 가게 점포 방식의 어엿한 창신동 봉제공장 안주인이 돼서 동대문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동대문시장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하루 만에 창신동 봉제골목에서 옷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들이 가진 수십년간 숙련된 기술 때문이다. 여기에 동대문시장과의 인접성과 기동력, 운집성이 더해지면서, 창신동 봉제골목은 동대문시장의 배후기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저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옷을 하나쯤을 걸치고 있으면서도 동대문시장에 가려서 눈길을 주지 못했던 곳, 동대문시장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우리 의류산업의 속살이 바로, 화려한 동대문시장과 웅장한 동대문 너머의 산동네 ''''창신동 봉제골목''''이다.

창신동 봉제골목에는 3천여개의 봉제공장들이 들어차있다. 창신동길 낮은 지대 주변으로는 각종 부자재 점포와 패턴 작업장 그리고 패턴부터 미싱까지 도맡아 하는 종합공장들이 모여있다. 동부여성문화센터 왼쪽으로는 한가지 공정만을 담당하는 소규모 작업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아래 지대 종합공장의 일손을 돕는 낱일 형태의 작업장이 이어져 있다. 창신동길을 따라 높은 지대 성곽까지 한번 왔다갔다하면, 옷 한 벌이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마법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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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번 뉴타운 해제와 함께 창신동 일대 봉제업체 활성화를 위해 동대문 패션상권과 전통시장 등을 연계한 특화된 산업관광지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창신동에 주목한 서울역사박물관이 지금 최초의 마을연계전시 을 진행 중이다.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창신동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철거될 당시 쪽방촌과 봉제골목의 모습 일부를 집 재료까지 그대로 옮겨와 전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창신동 마을 투어를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다. (070-7626-5782)로 접수를 받고 있으며, 전시는 5월 30일부터 7월 21일까지)

뉴타운 해제를 계기로, 획일적인 ''''재개발''''이 아닌 역사문화도시 안의 ''''도성 마을 재생''''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서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시도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일은 이번 뉴타운 전체 해제가 이뤄진 동네, 즉 서울 동대문 옆 낙산 자락의 서민동네로부터 시작된다. 창신동과 숭인동을 포함해 장수마을, 이화마을 등 서울의 대표 서민동네를 품고 있는 동대문 낙산의 마을, 즉 서울성곽 주변 도성마을들의 뉴타운 해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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