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력받는 ''마을 재생''과 ''도성 마을''
''마을 재생''이란, 기존 마을을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 단지로 바꿔버리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든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마을의 특성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면서 노후된 주택과 마을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서울을 더 이상 획일화된 아파트 도시가 아닌, 역사문화도시로서 특색과 장점이 있는 동네들의 집합체로 만들고자 하는 일종의 대안개발이다.
특히 서울성곽 즉 서울한양도성 주변의 마을의 재생은 ''''도성 마을'''' 조성이라는 면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그 중 동대문 낙산 지역은 서울한양도성이 지나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동네들이 터를 잡은 곳이라, 서울의 마을 재생 및 도성마을 조성에 있어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이었다.
이런 가운데, 낙산에 자리잡은 서울 대표 서민동네인 창신동과 숭인동이 뉴타운에서 해제되면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성마을 재생이 탄력을 받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뿐 아니라 낙산 도성마을로 관심을 모아온 성북구 삼선동1가의 장수마을이 지난 4월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것도, 이번 창신동과 숭인동의 뉴타운 해제와 맞물려서 도성마을 재생 사업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한양도성 주변은 주로 구릉지나 문화재 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으로 분류돼 있고 높이 규제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해법을 역사·문화적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도 주거·경제 등 각종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개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던 지난 5월, 서울시가 이화마을·장수마을 등 서울한양도성 주변 지역에 도성 마을을 조성해 현재 생활상을 보존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울러 한양도성 전체 18.6㎞ 중 사유지에 포함돼서 복구가 불가능한 멸실 구간 4.1㎞는 원형 복원을 하지 않는 대신에 ''역사문화환경 지역''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년 4월까지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 조성 종합계획''을 마련해, 성곽마을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는 성곽마을로 조성되는 지역에 마을박물관 등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도시가스 및 하수관거, 주요 골목길들을 정비하면서 노후 주택 개량 지원, 범죄 예방을 위한 CCTV설치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양도성과 어우러진 성곽마을의 독특한 경관과 골목길,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등 지역의 잠재적 가치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해서는 등재유산으로서의 성곽(역사문화자원)과 주변환경으로서의 마을(생활문화자원)의 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유네스코의 입장이다. 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만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시민들이 한양도성뿐만 아니라 그 주변 마을도 문화재 일부로 향유하도록 하면서 서울을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가려는 방침은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낙산의 창신동과 숭인동의 뉴타운 전체 해제가 이뤄지면서 서울시가 계획했던 ''와룡공원~흥인지문'' 구간의 도성마을, 창신동과 숭인동의 마을재생 대안개발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 낙산의 ''''장수마을''''과 ''''이화마을''''의 사례
서울에서 ''''마을재생''''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낙산공원 밑 성곽 바깥의 성북구 장수마을이다.
주민의 65% 이상이 60살이 넘는 고령인 이 작은 마을은, 도시의 대안개발을 연구하는 시민운동가들이 만든 ''동네목수''라는 마을기업이 생기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동네목수''''는 시민운동가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실내건축 사회적 기업이다. 주민들이 참여해 기존의 집을 고쳐 말끔하게 단장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도 회복하는 마을 재생 사업이다. ''''동네목수''''는 지역 내 리모델링, 집수리 등을 통해 주거환경개선과 주민 일자리, 소득 창출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동네목수''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회복은 집수리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민들이 만족하는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을 벼룩시장, 골목 디자인(벽화), 텃발 분양, 목공 교실 등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며 최근엔 카페도 열었다. 서울시가 핵심 과업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도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 우리나라 대표 봉제골목, 동대문시장의 ''''어머니'''' 창신동
오늘 뉴타운 전체 해제된 창신동은, 화려한 동대문시장 너머에서 묵묵하게 동대문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어머니'''' 같은 배후지이자 동대문시장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과거 평화시장의 좁은 봉제공장에서 웅크리며 일하던 시다 출신의 누이들은 이제 가내수공업 방식 혹은 가게 점포 방식의 어엿한 창신동 봉제공장 안주인이 돼서 동대문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동대문시장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하루 만에 창신동 봉제골목에서 옷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들이 가진 수십년간 숙련된 기술 때문이다. 여기에 동대문시장과의 인접성과 기동력, 운집성이 더해지면서, 창신동 봉제골목은 동대문시장의 배후기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저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옷을 하나쯤을 걸치고 있으면서도 동대문시장에 가려서 눈길을 주지 못했던 곳, 동대문시장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우리 의류산업의 속살이 바로, 화려한 동대문시장과 웅장한 동대문 너머의 산동네 ''''창신동 봉제골목''''이다.
창신동 봉제골목에는 3천여개의 봉제공장들이 들어차있다. 창신동길 낮은 지대 주변으로는 각종 부자재 점포와 패턴 작업장 그리고 패턴부터 미싱까지 도맡아 하는 종합공장들이 모여있다. 동부여성문화센터 왼쪽으로는 한가지 공정만을 담당하는 소규모 작업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아래 지대 종합공장의 일손을 돕는 낱일 형태의 작업장이 이어져 있다. 창신동길을 따라 높은 지대 성곽까지 한번 왔다갔다하면, 옷 한 벌이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이런 창신동에 주목한 서울역사박물관이 지금 최초의 마을연계전시
뉴타운 해제를 계기로, 획일적인 ''''재개발''''이 아닌 역사문화도시 안의 ''''도성 마을 재생''''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서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시도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일은 이번 뉴타운 전체 해제가 이뤄진 동네, 즉 서울 동대문 옆 낙산 자락의 서민동네로부터 시작된다. 창신동과 숭인동을 포함해 장수마을, 이화마을 등 서울의 대표 서민동네를 품고 있는 동대문 낙산의 마을, 즉 서울성곽 주변 도성마을들의 뉴타운 해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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