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이젠 사라질까

원세훈 기소로 국정원 정치개입 위축될듯…"이번 기회에 국정원 개혁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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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원 전 원장은 선거법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두번째 정보기관 수장이 됐다.

검찰은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두개의 혐의를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관행에 다시 한번 강력한 제동을 걸게 됐다.

하지만 국정원이 정권과 밀착하면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나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첫 정보기관 수장은 1997년 대선 직전 ''북풍'' 사건을 일으킨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다.

그는 재미교포인 윤홍중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했고, 같은 해 북한으로 넘어간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에게 김 후보 앞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시켜 김 후보를 궁지로 내몰았다.

하지만 그는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고 수사 과정에서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권 전 안기부장의 정치·선거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영남·충청권지역 출신 안기부 직원 200명을 동원해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원운동을 하도록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외에도 대선자금 불법 모금 등의 혐의로 4차례 추가 기소돼 결국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북풍사건 이후 안기부는 개혁의 대상이 됐고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모토로 지금의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후 국정원의 직접적인 정치·선거 개입 사건은 잠잠한듯했지만, 이번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황교안 법무장관 등의 반대 등 내홍 끝에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원세훈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국정원의 무분별한 운신의 폭을 어느정도 제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댓글·게시물 작업에 대해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는 국정원의 주장에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공안통 지검 차장 검사는 "정치 관여보다 선거개입 부분에서 국정원은 더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선거개입은 정치의 일부분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로 여권에서도 국정원의 문제점을 외면할수 없게 됐다"며 "국정원 내부적으로도 국내 정치개입 제한 등 나름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이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정치권에서 정권유지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유혹이 있는 한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정원의 국내정보 파트를 축소하고 해외·대북 정보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개혁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규철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정권안보와 혼동하는 문제가 있다. 이제는 메스를 가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장 독대를 없애고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게 국정원의 미래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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