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H/W 위주가 아닌 S/W 위주의 발표였다. 애플은 지난 2011년 이후부터 WWDC에서 신규 아이폰, 아이패드의 제품들을 공개하지 않고 OS, 플랫폼등의 S/W 위주의 발표해 매진해왔다.
특히 이날 발표된 여러 신기술 중 iOS 7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연설에서 "iOS 7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밝히며 iOS 7의 변화를 강조했다.
◈ 새롭게 바뀐 UI…''미니멀리즘'' 강조
우선 UI가 새롭게 바뀌었다. 애플은 줄곧 아날로그적 요소를 디지털 환경에 구현하는 ''스큐오모픽 디자인''을 사용해왔는데 이번 신규 OS부터는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 됐다.
아이폰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나단 아이브 수석 부사장이 모바일 OS를 총괄해 탄생한 UI는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변화됐다.
아이브 수석 부사장은 자신의 강점인 ''미니멀리즘''을 살려 앱 디자인을 단순, 직관적으로 변화시켰다. 홈 화면에서는 모든 디자인이 3D와 비슷하게 구현됐고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앱 디자인이 적용됐다.
신규 기능은 추가 됐고 기존 기능 또한 강화됐다.
애플 사용자간 컨텐츠 공유가 가능한 ''에어드롭'' 기능이 도입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NFC(근거리 무선 통신)을 이용해 주변 스마트폰과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에어드롭은 NFC가 없이도 애플 사용자간 콘텐츠 공유가 가능하다.
사용자들의 편의에 맞춰 기능을 설정 할 수 있는 ''컨트롤 센터''도 도입됐다.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하려면 매번 설정메뉴에 들어가 조작해야 했다. 컨트롤 센터는 그런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구성됐다. 또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인식해 앱을 자동으로 업데이트 시켜주기도 한다.
멀티 태스킹 기능은 강화가 됐다. 홈 버튼을 두번 연속 터치 하면 멀티 태스킹 모드로 전환 되며 이전에 사용했던 아이콘과 함께사용 당시 프리뷰 화면이 보여진다.
◈ 더욱 똑똑해진 ''시리''
프랑스어와 독일어가 추가된 시리는 트위터 이용이나 검색 등 음성 명령 만으로 여러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리로 블루투스, 밝기 기능 등의 제어도 가능해졌다.
특히 시리는 자동차와의 연계성이 강화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운전 중에도 시리를 이용해 메시지 전송, 검색 등 각종 명령이 가능해졌다. 이미 현대, 기아, 혼다, 쉐보레, 페라리 등 10여개 자동차 회사가 애플과 제휴했다.
사용자가 여성과 남성 목소리 중 원하는 음성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 또한 추가됐다.
그 밖에 카메라 앱은 16:9 비율과 함께 정사각형 촬영 모드가 추가되었고 사진을 촬영한 시점과 장소별로 자동으로 분류 해준다. 또한 천지인 방식의 한글 키패드도 도입 돼 한국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맥 북이나 맥 프로 등 매킨토시 운영체제(OS X)의 새 버전 ''매버릭스''도 이날 공개됐다.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디스플레이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이번 버전의 새로운 기능 중 하나인 ''파인더 탭(Finder Tabs)''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탭 기능''처럼 여러 사이트를 한 창에 띄울 수 있는 기능이다. 우측의 플러스 버튼을 눌러 새로운 탭을 열수 있으며, 이 탭에 각종 작업을 끌어다 놓을 수 있다.
멀티플 디스플레이 기능도 이전 버전보다 강화됐다. 이전 버전인 마운틴라이언에서는 다중 모니터 사용시, 전체화면으로 설정하면 앱이 완벽하게 작동이 안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매버릭스에서는 이 문제점을 보완해 원활하게 다중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애플은 전력소모를 줄이는데도 초점을 맞췄다. 여러 개의 CPU 작업 부하를 하나로 합쳐 전력 사용을 낮추는 ''타이머 병합(Timer Coalescing)'', 사용하지 않는 앱의 CPU 점유율을 낮춰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주는 ''앱 냅(App Nap)'' 기술 등이 그것이다.
그간 OS X는 버전명칭을 고양이과 동물로 짓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애플은 앞으로 고양이과 동물 대신 지역명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매버릭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서핑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 신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튠즈 라디오''
애플은 이날 ''아이튠즈 라디오''도 공개했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아이튠즈 스토어와 200개 이상 방송국의 음악 목록이 모두 포함된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다. 애플 기기에서 아이튠즈 라디오를 실행하면 프로그램이 이 목록 중에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는 아이튠즈 라디오와 흡사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판도라''가 버티고 있다. 판도라는 현재 매달 7천만명이 이용하는 업계 대표업체다. 뿐만 아니라 ''IT공룡'' 구글과 삼성도 최근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액세스(Google Play Music All Access)'', ''삼성뮤직''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향후 업계동향이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향후 음악 저작권 협상이 업계 판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위해 1년 넘게 음원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소니, 유니버셜뮤직, 워너뮤직 등 주요 음원업체 3곳과 손을 잡으며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국내 출시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날 공개한 ''맥북 에어''와 ''맥 프로'' 등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새 맥북 에어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제품과 같은 외양에 배터리 지속시간은 4-5시간 늘어났다. 필립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매일매일의 노트북''이라고 자신할 정도다.
전문가용 맥 프로는 부피를 기존 제품에 비해 8배나 줄였다. 검은색 원통형으로 생긴 특이한 디자인도 화제가 됐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뛰어나다. 인텔 제온 프로세서, AMD 듀얼 파이어프로 그래픽카드에 ECC 메모리 등을 탑재했다. 울트라HD(UHD) 동영상 편집에 알맞도록 설계됐다.
신형 맥북 에어는 이날부터 곧바로 시판되지만 나머지 제품과 기능은 올가을에 출시될 예정이다.
◈ 네티즌·외신 ''환호'' vs ''시큰둥'' 반응 엇갈려
이번 애플의 발표에 대해 네티즌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드웨어쪽에서는 전문가용 맥 프로가, 소프트웨어쪽에서는 iOS7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맥 프로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참신하다'', ''혁신적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사용시 ''확장성'' 문제를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맥 프로는 주로 영상·음향 편집, 건축 설계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기존 장비들과 호환성이 약해 업계에 바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iOS7에 대해서도 한 트위터리안은 "고루한 느낌을 확 벗었다. 현대적인 하드웨어 디자인을 이제야 소프트웨어가 따라잡는 느낌"이라고 호평하는가 하면, 다른 트위터리안은 "안드로이드가 싫어서 아이폰으로 넘어왔는데 점점 안드로이드랑 비슷해지는 느낌이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외신들도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iOS7이 새 아이폰을 산 것 같은 기분을 준다"고 호평했다. IT전문 매체 더버지도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놀라움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큰 놀라움이 없는 업데이트다"고 전했다. IT전문 매체 씨넷도 "제품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 iOS7은 그리 놀라운 수준은 아니다"며 "여름 시즌까지는 새로운 아이폰, 아이패드 소식을 듣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