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사고 출발은 본질의 성찰

KG패스원 인문학MBA

15세기 말의 이탈리아 피렌체. 브랑카치 예배당에서 마사초(Masaccio, 1401-1428)의 프레스코화 ''세례를 베푸는 성 베드로''라는 작품 앞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미술 견습생이었던 그 소년은 다른 친구들이 도화지를 펼치고 거장의 그림을 보며 색채와 구도를 따라 그리느라 정신이 없는 중에도 그저 유심히 그림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였다.

열세 살의 소년이었던 미켈란젤로는 마사초의 그림에서 색채와 구도, 채색기법을 보고 있지 않았다.

소년의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으로 가득했다.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 것은 영광스럽고 거룩한 일이었을 텐데, 그림 속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며 인상을 쓰고 벌벌 떨고 있을까? 마사초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마사초의 ''세례를 베푸는 성 베드로''에 그려진 사람들은 겨울철에 강가에서 세례를 받고 있다.

마사초는 그 사람들을 감동스러운 표정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추위를 견디지 못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브랑카치 예배당에서 어린 미켈란젤로가 발견한 것은 바로 중세 시대의 관습을 깨고 인간의 본질을 과감히 드러낸 마사초의 르네상스 정신이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거룩한 순간이라도 인간은 추우면 몸을 떤다''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사실이었던 것이다.


종교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인간의 참 모습,그것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소년 미켈란젤로의 마음 속에 타오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인간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창조적 사고를 시작한 미켈란젤로와 같은 사람을 ''르네상스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르네상스인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만약 필요하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그의 창조성은 르네상스 시대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인간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와 그것이 사람에게 필요한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그가 탄생시킨 상품들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성마저 바꿔놓았다.

세계적인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는 ''사물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이미 규정해놓은 본질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미켈란젤로나 잡스 같은 소위 천재들에게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일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 ''지금 이 일은 꼭 이런 방식으로만 처리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창조적 사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르네상스의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전환하는 변곡점을 찾아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필요한 창조성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르네상스 시대로 시계를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창조경영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사초의 그림 앞에 선 소년 미켈란젤로처럼, 우리도 르네상스라는 위대한 유산 앞에서 우리 자신과 이 시대의 본질을 성찰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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