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황교안 장관과 채동욱 총장의 갈등이 ''수사지휘권 파동''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공직선거법 적용을 두고 법무·검찰 책임자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4대강 사업 등 전 정권을 홍보하는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 받아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비방 하는 글을 1만여 건 이상 게시하도록 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공직 선거법 역시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원 전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25일쯤 대검찰청에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중간보고를 했고, 채동욱 총장은 이를 황교안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 검토를 다시 해볼 것을 채 총장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정하고 있어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서 총장을 통해서만 지휘·감독이 가능하다.
황 장관이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시키려는 입장을 취한 데에는 자칫 대선의 정당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돈다.
이처럼 황 장관이 사실상 수사팀 의사에 반하는 수사 지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없었고 통상적인 보고''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 일부에서는 황 장관의 퇴진론이 나왔고,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법조계 일부에서 역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확정될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 선거법 적용여부가 향후 황 장관과 채 총장의 법무·검찰 내 리더십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관이 총장을 통해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 재검토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팀이 영장 청구를 강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채 총장에 대한 검찰 장악력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로 수렴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사팀이 황 장관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시킬 경우, 법무장관의 검찰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검찰의 수사·독립권 보장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대선 6개월 후인 오는 19일로 시효 전까지 수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구속 기간(1회 10일에 1차례 연장 가능)을 감안하면 수사팀이 이번 주 중에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