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라띠마'' 배수빈 "배우의 길…가난한 마음으로"

"배우는 현실과 맞닿아있는 사람을 연기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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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드라마에 출연해 인기를 얻으면 역할의 비중을 따져가며 작품을 고르기 마련이다. 간혹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생각보다 비중이 적어서 거절하는 핫 스타의 비화가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배우 배수빈은 달랐다. ''주몽'' ''동이'' ''바람의 화원'' ''찬란한 유산''등 인기드라마에 주조연급으로 꽤나 이름을 올렸는데,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면 마치 러브콜에 다 응한 것처럼 저예산, 상업영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걸프렌즈''나 ''애자''처럼 여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그마저도 배신하는 남자친구 역할은 배수빈 정도 급이 선뜻 선택할 배역이 아니다. ''비스티보이즈''의 호스트나 ''무서운 이야기''의 인육 먹는 남자를 보면 역할이 주는 편견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정치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5.18소재의 ''26년'' 그리고 6월 개봉을 앞둔 이주여성의 현실을 다룬 ''마이 라띠마''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해 7편의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어 자신을 다작배우라 칭하기도 했었다.

배우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 ''''마이라띠마''''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수빈을 6월6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났다.

왜 역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다작을 하는 편인지 물어봤다. 의외로 ''''쿨''''하게 "큰 역할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저를 폄하하는 게 아니고, 제 자신감과 달리 남들은 아직 제가 준비가 안됐다고 보는 것이니까.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배역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자 "어떤 작품을 하건 남는게 있다"고 말했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직접 겪지 않으면 뭐가 옳은지 판단을 못한다. 하지만 제가 겪고 느낀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좋은 운동선수가 될수 있듯 배우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걸까? 배수빈은 주저 없이 긍정했다.

"단련중이다. 제가 발전의 욕구가 강하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싶고, 느끼고 싶고, 말 없이도 많은 것을 담는 배우가 되고 싶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요즘 류승룡 선배님처럼 많은 배우들이 다 그런 (조단역의) 과정을 겪었다."

최근 ''26년''에 이어 ''마이라띠마''까지 사회적 소재의 영화에 출연했다. 단순한 우연일까? 배수빈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난 정치인이 아니니까 사회적 발언은 안한다. 배우니까 그저 연기로 보여줄 뿐이다. 한번 생각해볼 문제의식이 담긴 영화라면 제 업인 연기로서 그런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혹시나 연기에 도움될까봐 최근 1종 버스면허를 땄다는 그는 수영, 재즈댄스, 트럼펫, 드럼, 기타 연주에 중국어와 영어까지 특기가 다양했다. 꽤나 고급스런(?) 특기라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냐고 물었다. 그렇단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는 항상 준비했다. 연기하면서 번 돈도 다 제게 투자했다. 성격이 또 가만히 있지 못한다. 놀 때도 뭘 해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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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직업을 바라보는듯했다. 흔히 자신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일단 하나 갖고 그걸 발판으로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하지만 배수빈은 오히려 "이미지가 고착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어떤 이미지에 날 가두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내게 생긴 특정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다. 색깔이 없는 배우면 좋겠다. 그래서 이 친구가 하면 이 역할이 어떻게 나올까 그런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서 배수빈은 "가난한 마음을 갖고 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내 삶의 철학인데 붕 떠서 살기 싫어서"라고 이유를 댔다.

"어느 날 너무나 많은 헤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면서도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저를 봤다. 내 직업은 현실과 맞닿아있는 보통 사람을 연기하는 것인데, 연기자인 제가 붕 떠 있으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배우의 삶은 인기를 얻으면서 점점 현실과 멀어진다. "배우의 삶이란 게 굉장히 고립되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배우 자신이 그걸 깨부수고 나오지 않으면 중심을 못 잡고 살수 있다. 그래서 늘 가난한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롤 모델이 있을까? 그는 드라마 ''동이''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정진영을 꼽았다. "가난한 마음으로 살고 계신 분이다. 드라마 ''동이''를 하면서 얻은 소중한 선물이다. 정말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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