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탈세 적발..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7일 재벌총수 일가의 조세피난처 명단을 2차로 공개하고 검찰의 CJ그룹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며 ''지하경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른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01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7%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9개국 중 10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9.1%)이나 일본(11.0%)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고, 재정이 파탄 난 그리스(25.1%)와는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지 연구가 줄을 잇고 있다.

◇ 재정위기 맞은 남유럽…탈세 적발에 총력

28일 최성은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의 ''지하경제 양성화정책 해외동향''을 보면 남유럽은 재정위기에서 탈출하고자 다양한 세수확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스는 2011년 ''탈세방지를 위한 국가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주목할 규정은 ''영수증 발급의무화(No Receipt, No Pay)''다. 사업장에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반한 사업장은 1천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스 국민의 국외 예금계좌 정보를 국제기관과 공유한다. 고액 탈세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고액체납자의 신상정보도 법적으로 공개한다.

스페인은 현금거래 한도제한을 골자로 한 ''2012 조세관리 계획안''을 내놨다.

개인·독립 사업자의 모든 경제적 거래에서 현금거래 한도를 2천500유로로 제한하고, 현금거래 참여자가 거래 발생일로부터 5년간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위반 시 현금거래 규모의 25%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또 납세자는 모든 종류의 주식·자산·은행계좌·증권·부동산 등에 관한 정보를 과세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락된 자료당 최소 1만유로의 벌금이 붙는다. 금융기관에 대한 세무조사를 방해하면 최대 60만유로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도 마련했다.

스페인 국세청은 이런 조치로 2012년도 세입이 전년보다 115억2천유로(10.1%) 늘었다고 발표했다.


최성은 연구위원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25%로 남유럽국가처럼 높은 편"이라며 "일본이 폭력, 매춘 등 불법경제활동 규제를 지하경제 축소의 기점으로 삼은 만큼 한국도 온라인 불법도박 규제부터 과표양성화까지 다양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미국·영국은 금융정보 공유에 주력

미국은 올해 1월 ''해외계좌 납세 순응법(FACTA)''을 발효했다. 국세청과 정보제공협약을 맺은 해외 금융기관은 5만달러 이상의 예치금과 25만달러 이상의 저축성보험에 대해 전자검색으로 미국인 납세자인지 판별하고, 잔액 100만달러 이상의 개인계좌에 대해서는 서면검색도 실시하는 내용이다.

협약을 맺지 않은 금융기관이나 계좌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보유자들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이자배당소득, 임금, 연금 등의 30%를 원천징수한다.

해외 금융계좌 잔고의 합계액이 1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이를 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1~10년의 징역과 10만~50만 달러의 벌금이 구형된다.

2010년에는 금융정보분석기구(FinCEN)는 예탁기관, 카지노클럽 등의 의심거래정보를 미 국세청에 제공하도록 양해각서를 맺었다. 최근 한국의 금융정보분석원(FIU)정보공유 강화 논의와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2011년 스위스와 역외탈세방지조약을 맺었다. 스위스는 비밀금융주의와 국제적 조세정보교류 흐름상 균형을 잡기 위해 금융계좌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해당 국가 납세자의 세금 원천징수를 대행하기로 합의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도 적극 대응한다. 작년 12월 스타벅스, 구글 등이 국가 간 법인세 차이를 이용해 조세회피를 한 사실이 밝혀진 다음부터다.

영국 재무부는 조세회피 혐의가 있는 다국적 기업에 공공부문 입찰 참여를 금지하고, 국세청의 세금회피 추적업무에 7천700만파운드를 배정하는 등 탈세적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과세당국의 징수능력을 강화하고 소규모 자영업자의납세순응도를 높이는 조치를 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도 상거래와 경제활동 투명성을 높이는 과표양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호주·프랑스는 납세자·사업자 표준화 나서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지하경제 해소 방안'' 보고서를 보면 호주 국세청은 현금거래가 많은 분야에 업종·매출규모별로 원가, 인건비, 차량유지비 등의 표준비용을 산정한다.

이를 통해 과세당국은 업종별 기준율을 벗어난 잠재적 불성실 사업자를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호주 당국은 2011년에만 잠재적 현금매출 누락자 4만6천명을 추려낼 수 있었다.

또 호주 국세청은 호주 금융정보분석센터(AUSTRAC)와 협약을 맺고 금융자료에 직접 접근권을 얻었다. 금융기관들이 이자 지급 관련 자료를 자동으로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주요국 중 가장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는 납세자의 소득에 초점을 맞춘다. 프랑스의 ''소득 추계 시스템''은 납세자의 생활수준과 신고 소득의 괴리가 큰 경우를 걸러내는 제도다. 납세자가 그 차이를 소명하지 못하거나 소득 원천을 증명하지 못하면 세금을 징수한다.

또 환전업, 게임·도박업, 보석·귀금속 거래업, 미술품상, 골동품상 등 탈세를의심받을 수 있는 자금·거래는 반드시 금융정보기구(TRACFIN)로 신고해야 한다. 금융정보기구는 탈세·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 국세청에 통보한다.

프랑스 국세청은 현금, 주식, 채권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모든 종류의 계좌 개설·해지·변경 정보를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해놨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전 단계라도 직접적으로 금융기관의 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

캐나다는 중소사업자에 대한 무작위 조사를 한다. 분야별로 과세 상세내용, 불성실납세 원인 등을 수집해 기존의 일괄적인 분석체계에서 잡히지 않는 정보를 모아세원관리 전략을 짜는 것이다.

또 금융기관은 1회 1만 달러 이상의 고액거래나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재산을 금융거래분석센터(FINTRAC)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거래분석센터는 캐나다 국세청에 탈세혐의와 관련한 거래를 자발적으로 통보하는 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도 현금 거래가 빈번한 대형 서비스업 자영업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과세관청의 금융정보 접근을 강화해 탈세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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