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뭉치'' 검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중징계를 청구하는 걸로 매듭지으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보안점검 과정에서 광주지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700여만원의 출처에 대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A검사는 의문의 돈뭉치에 대해 "수당과 가족에게 받은 용돈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고 감찰본부는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대신 지난해 1월 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수회에 걸쳐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또다른 지인의 부탁을 받고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부당접견을 주선한 것도 밝혀냈다.
감찰본부는 이런 비위사실을 근거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이다.
여러 정황상 지인의 여러 부탁을 들어주고 대가로 받은 돈으로 보이지만, 감찰본부 조사는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검의 중징계 청구에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의심쩍은 돈에 대해 수사를 해보지도 않은 채 A검사의 해명만 듣고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돈 봉투에는 A검사가 전주지검에 전입 오기 전 근무한 검찰청 관할 지역의 기업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사의 단서가 되지는 못했다.
검찰 출신 재경 변호사는 "검찰의 실체를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외부 비리를 대하듯이 내부비리를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이 이런 행태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시간이 날때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거듭나야한다"며 검찰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것을 무색케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채 총장은 지난달 13일 전국감찰부장회의에서는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부패와의 전쟁'' 주역이던 디 피에트로 검사가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허물을 지적할 수 있다"며 전개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예를 들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검찰 밖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이재화 변호사는 "기업체 이름도 있다고 하니 전별금으로 보이는데 수사를 착수도 안했다"며 "전별금도 엄연히 뇌물이고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수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A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법원도 지난 2006년 6월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품의 뇌물성 성립에는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최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공직자가 일정 규모 이상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을 대표발의 하는 등 뇌물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다.
검찰의 내부를 향한 온정주의 관행은 감찰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취지도 ''조직 논리''에 불과하다는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사 비리를 집중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특별감찰과, 5개 고등검찰청에 감찰부가 각각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