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불통''…朴 대통령 리더십의 명과 암

[새정부 3달 평가 ①]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3달을 넘어 곧 100일을 바라보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26일부터 사흘에 걸쳐 박근혜정부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조명한다. 이날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지난 3달 동안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한다. [편집자 주]

◈ 회의 한번에 1만 2천자 쏟아내는 디테일 리더십

"박근혜 대통령은 디테일을 굉장히 챙기는 편이다. 박 대통령은 작은 것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큰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박 대통령은 요즘들어 부쩍 각 부처의 세부 업무에 대한 디테일한 지시를 많이 한다.

지난 20일에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90분동안 각 부처와 관련된 14개 주제에 대해 1만 2000자에 이르는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 발언은 8000자,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는 6000자 분량이다.

작게는 민원현장부터, 크게는 정부정책까지 박 대통령이 티테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현장에서 보고들은 작은 민원들을 하나하나 수첩에 기록한 뒤 보좌진을 통해 처리여부를 챙기는 걸로 유명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내외부 행사에 반드시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가 바로 민원비서관일 정도로 지금도 작은 민원 하나까지 챙기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나의 민원을 잘 해결하면 비슷한 민원을 가지고 있는 수십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처음에는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5년 뒤에는 반드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직사회 자율성 발휘할 기회 줘야


국정운영으로 범위를 넓혀 각 부처의 세부 정책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기며 힘을 실어주는 만큼 해당 업무의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대통령이 일일이 각 부처의 ''국''이나 ''과''에서 할 일까지 챙길 경우 장관이하 공직사회가 그야말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통일부와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요 부처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국민들에게 대체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해당 부처 장관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의 역할은 커다란 지향점과 얼개들을 제시하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 하듯이 모든 것을 세세하게 지시하고 주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무원 세계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일정부분 재량권을 주면서 각자 능력을 발휘하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일을 하지만, 세세하게 깨알같은 주문을 하면 그냥 안하면 된다"며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복지부동"이라고 강조했다.

◈ ''윤창중 핵폭탄'' 자처한 ''불통 리더십''

박 대통령 스스로는 여러차례에 걸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하나의 대명사가 바로 ''불통''이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성추행 사건으로 덮은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전격 발탁에서부터 경질이 바로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선 뒤 첫 인사로 극우논객 출신의 윤 전 대변인을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하자 반대여론이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를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하면서 신뢰를 보냈다.

윤 대변인 뿐만 아니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내정자는 성접대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으며 경제민주화를 이끌 중책을 맡았던 한만수 전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국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자진사퇴 하는 등 박 대통령이 내정한 인사의 실패사례는 손에 꼽기도 힘들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를 비롯한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는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이 결국 유례를 찾기 힘든 인사실패를 불러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잇따른 인사실패에 대해 몇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혀야 했고 윤 전 대변인 사건을 계기로 인사시스템 개편을 직접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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