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는 노량진역에서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렸고, 한 씨는 KTX에 부딪혀 피투성이가 된 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난 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노량진역 KTX 선로는 여전히 자살 시도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보니 승강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경비초소는 문이 굳게 잠긴 채 방치돼 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를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CCTV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시간 남짓 지켜본 시간 동안 최대 시속 300km를 자랑하는 KTX가 수 차례 지나갔다. 하지만 승강장의 안전을 돌보는 역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넘을 수 있는 1m 가량 높이의 철제 난간만 외로이 승강장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지난 이곳에도 당시와 달라진 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CCTV는 물론 ''위험하니 선로에 뛰어들지 말라''는 최소한의 경고 표지판조차 전무했다.
이런 무방비 상황은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살펴본 영등포역도, 청량리 역도 모두 ''사고가 언제 있기라도 했냐''는 듯 후속 조치가 눈에 띄질 않았다.
이러다보니 KTX가 다니는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만 매년 수십 건의 투신자살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객과 관련한 철도교통 사상 사고는 지난해 73건. 이 가운데 82%를 넘는 60건이 코레일 관리 구간에서 일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 측은 오히려 역사 관리 인원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실적 개선'' 명목에서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승강장에 직원과 공익요원을 포함해 8명 정도의 인력이 배치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 역에 2명밖에 없다"고 했다.
"사장으로 온 사람들마다 ''실적 개선''을 한다며 구조조정에만 몰두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런 인력으로 오가는 열차를 모두 안전하게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런 무방비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 부평동에 사는 성경희(44) 씨는 "아이들이 승강장을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걸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며 "예전엔 누가 호루라기를 불며 주의를 주곤 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실적만을 챙기는 ''코레일식 경영''이 결국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