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중흥 이루고 떠나는 강영중 회장

8년 임기 마치고 세계배드민턴연맹 수장에서 물러나

RKD
강영중 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64)이 8년 동안의 임기를 마친 소회를 털어놨다.

강 전 회장은 2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8년이나 BWF를 맡아왔다"면서 "그동안 연맹의 민주화와 경제적 기반 확립, 저변 인구 확대 등 나름대로 성과를 이루고 후회없이 물러난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강회장은 BWF 회장 선거를 두 달 앞둔 지난 3월 불출마를 선언했고, 선거가 끝난 이후 퇴임 회견을 연 것이다.

대교그룹 창업주인 강회장은 지난 2003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05년 BWF 수장에까지 올랐다. 4년 임기를 두 번이나 지내면서 배드민턴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4년 임기 동안 강회장은 소수 인원에 의해 BWF가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리투표제를 없애는 등 민주화를 위해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국제 배드민턴계의 실력자였던 펀치 구날란(말레이시아) BWF 부회장이 행정 투명성을 강조한 강회장과 갈등 끝에 불신임안을 상정했다가 되려 자진 사퇴하게 된 일화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임기 때는 ''월드 슈퍼시리즈'' 등 다양한 대회를 신설, 수익원을 창출해 재정 자립도를 높였다. 이외에도 개선된 경기운영안을 마련해 2020년 하계올림픽 핵심 종목으로 선정되는 등 배드민턴의 위상도 높아졌다.

강회장은 "돈이 없어 쩔쩔 매던 BWF가 이제는 예비금만 1900만 달러나 된다"면서 "올림픽 외 국제대회 수익이 연간 1000만 달러 정도에 이를 정도로 재정이 탄탄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재도 적잖게 들어갔지만 무엇보다 배드민턴의 인기와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게 된 게 기쁘다"고 덧붙였다.


가슴 아팠던 순간도 있었다. 바로 지난해 런던올림픽 여자복식에서 나온 ''고의 패배'' 사건이다. 강회장은 "중국이 주도했는데 우리가 어이없이 함께 걸려들었던 형국이었다"면서 "회장의 나라 대표팀이 사건에 연루돼서 더 당혹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래도 엄격하게 잣대를 적용해 절차대로 징계를 했더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놀라더라"고 덧붙였다.

당초 민주화와 재정 자립 등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사실 강회장이 BWF에서 물러난 것은 정치적인 요인도 얼마간 작용했다. 강회장은 "중국과 한국, 인도네시아 등 그동안 배드민턴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아시아 국가들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유럽 쪽에서도 회장을 맡을 때가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근 BWF 회장 선거에서 덴마크 출신 폴 에릭 호야(덴마크) 신임회장이 인도네시아 수한디나타를 누르고 강회장의 뒤를 이었다. 20년 만에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배출한 회장이다.

호야 회장이 ''고의패배''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강회장은 "사실 고의배패에 대한 징계는 신속하게 처리해 잘 마무리를 했다고 본다"면서 "그럼에도 호야 회장이 이 문제를 계속 들추고 나오는 것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BWF를 위해 아직 아쉬움이 적잖은 듯했지만 말을 아꼈다. 강회장은 "나는 이제 떠나는 사람이다. 내가 말하면 신임 회장과 집행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호야 회장도 일단은 "강회장의 업적을 기반으로 더 큰 성공과 발전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래도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은 이어갈 예정이다. 강회장은 "임기가 끝났지만 앞으로 청소년, 장애인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협회와 아시아연맹 회장에 대해서 강회장은 "주인이 바람을 많이 피우다 보니 집안이 엉망이 됐다"고 웃으면서 "이제는 본업인 그룹 일에 좀 충실할 생각"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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