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포문을 연 것은 정부 쪽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2013년 영유아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방비 편성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는 올해 책정해야 할 보육료의 81.1%인 2조685억원, 양육수당은 절반에 못미치는 47.7%, 4,310억 원만 편성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특히 서울시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마련해야 할 보육료는 5,368억 원이지만 69.7%인 3,740억 원만 준비된 상태이다. 양육수당의 경우 2,214억 원을 편성해야 하는데, 14.3%인 316억 원만 확보됐다.
올해에만 무려 3,520억 원 이상이 부족한 것이다.
복지부는 재정자주도가 전국 평균(76.6%)에서 가장 낮은 전남(36.6%), 전북(38.3%), 강원(42.9%)이 각각 양육수당 예산을 73.4%, 85.9%, 80.7%를 편성했다고 밝히면서 서울시를 압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자주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자치단체들도 당초 정부안에 따라 예산을 편성한 반면, 서울시는 양육수당예산을 필요한 재원보다 크게 부족하게 편성하는 등 예산편성 의무이행 의지가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또한 서울시만 무상보육 대란을 막기 위한 추경 편성 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질타했다.
복지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은 자칫 국정운영의 혼선으로 비춰져 서민들의 생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면서 "서울시를 포함 각지자체에서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부족한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경고를 보냈다.
이에 서울시는 억울하다고 반발했다. 예산을 편성했을 당시 무상보육의 대상이 소득하위 70%여서 그에 맞게 준비했지만 전체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의 비율도 다른 지자체는 50%인데 반해 서울시는 20%로 적은데다, 소득상위 30%의 비중이 전체 시민의 42%정도로 커 무상보육에 대한 부담도 천문학적으로 늘었다는 것.
또 당시에는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20%에서 40%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을 터라 이를 고려해 계산했지만 법안이 아직도 통과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어 타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추경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0~200억 원이면 추경을 추진할 수 있지만 수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추경으로 마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그 정도의 돈을 마련하려면 몇 개 실국을 없애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선 정부가 올해 예산을 의결하면서 1,355억 원을 조기 교부해주기로 한 만큼 9월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래도 2,300억 원이 부족해 이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정부를 되려 압박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신경전이 벌이지는 사이 무상보육 대란은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땡겨 받아도 9월이면 준비된 보육료가 바닥난다.
국회에서는 법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설사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올해 부족분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이 어려워 혼선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책임공방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