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득이'' 마크 헌트, 한국팬에게 사랑받는 이유

왜 한국팬은 ''산토스''보다 ''헌트''가 이기기를 바랄까

"야호! 헌득이 형 비자 문제 해결됐대요."

"주니어 도스 산토스가 이길 것 같지만 헌득이 형 응원할래."

오는 26일 ''UFC 160'' 대회(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케인 벨라스케즈(31, 미국)와 안토니오 실바(34, 브라질)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가 열린다. 하지만 국내팬들은 이 경기보다 마크 헌트(39, 뉴질랜드)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29, 브라질)의 헤비급 경기에 더 관심이 많다. 폭행사건 전력 때문에 헌트의 미국비자 발급이 늦어지자 가슴 졸였던 팬들은 ''비자 문제가 해결됐다''는 그의 트위터 글에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산토스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헌트를 응원한다. ''헌득이''(마크 헌트의 애칭)가 한국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 종합격투가로서 제2 전성기…K-1 향수 자극

''미스터 K-1'' 피터 아츠,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밴너, ''광속 클린치'' 무사시, ''격투로봇'' 세미 슐트…. 모두 K-1을 주름잡던 파이터다. 팬들은 아츠의 하이킥에 감탄하고, 밴너의 화끈한 펀치에 환호했다. 무사시의 잦은 클린치에 야유를 보내고, 슐트의 지루한 경기운영에 한숨쉬었다. 세계 최고 입식격투가들의 대결을 맘껏 즐겼다. 그러나 K-1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이들은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릴 적 우상은 이제 ''추억의 스타''가 됐다.

이런 가운데 헌트는 K-1 스타 중 거의 유일하게 격투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UFC에서 4연승 중이고, UFC 헤비급 공식랭킹 9위에 올라있다. 몸은 노쇠해졌지만 기술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2000년 K-1에 데뷔한 헌트는 2001년 K-1 월드그랑프리 챔피언에 등극했다. 특히 같은 해 10월 ''남태평양의 흑표범'' 레이 세포와의 ''노가드 게임''(K-1 월드그랑프리 후쿠오카 대회)은 지금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승부다. 2004년 종합격투기로 전환한 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한 그라운드 기술을 불철주야 연마했다. 그리고 피나는 연습은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그동안 수많은 경기를 펀치 한 방으로 끝냈지만 인생은 결코 한 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팬들은 ''불혹''의 나이에 승승장구하는 헌트를 보면서 지나간 K-1의 전성기를 그리워한다. K-1 스타의 화려한 기술에 열광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짓는다.

◈ 롤러코스터 격투인생…뭇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

1패→5연승→6연패→4연승. 헌트의 종합격투기 성적은 연승과 연패를 오간다.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우리 인생을 닮았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잘 나간다고 우쭐하지 말고, 못 나간다고 기죽지 말자''는 메시지도 읽힌다.

헌트는 2004년 6월 종합격투기 데뷔전(프라이드)에서 요시다 히데히코에게 패했다. 이후 반더레이 실바, 미르코 크로캅 등을 꺾으며 5연승을 내달렸다. 기쁨도 잠시. 5연패 후 맞은 UFC 데뷔전에서 신예 션 맥코클에게 1라운드 서브미션 패하며 6연패 늪에 빠졌다. 졸지에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K-1 챔피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UFC 두 번째 경기에서 크리스 턱셔러에 2라운드 KO승을 거두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수걸이 승리 후에는 벤 로스웰, 칙 콩고, 스테판 스트루브를 잇따라 꺾었다.

헌트가 36살 늦은 나이에 UFC에 오자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대놓고 ''딴 길을 찾아보라''고 했다. 6연패 했을 때는 팬들이 ''(헌트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화이트는 ''헌트를 존경한다''고 치켜우고, 팬들은 그의 펀치가 터질 때마다 열광한다. 마흔에 챔피언을 꿈꾸는 헌트는 뭇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다.

◈ 화끈함, 그리고 당당함

지난 3월 3일 일본에서 열린 ''UFC on FUEL TV 8'' 헤비급 매치에서 헌트는 스트루브를 3라운드 KO로 눌렀다. 자신보다 35cm 큰 상대에게 기세좋게 파고들다가 왼손 훅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턱을 강타당한 스트루브는 고목나무 넘어가듯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 헌트는 ''끝났다''는 것을 직감한 듯 추가로 펀치를 내뻗지 않고 쿨하게 돌아섰다. 경기 후 스트루브는 ''턱뼈가 완전히 쪼개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헌트는 늘 자신만만하다.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저돌적이다. 화끈하다. 호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경기할 때 특별한 전략은 없다. 내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산토스(UFC 헤비급 공식랭킹 1위)와의 격돌을 앞두고도 변함없다. 그는 나이, 전적, 신장 등 모든 면에서 산토스에 열세이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내 타격수준도 산토스만큼 높다. 꺾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팬들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헌트를 보며 긍정적 태도의 미덕을 배운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에 당당함까지 지닌 그의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띄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