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성격차이 때문에 헤어졌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지만, 해혼(解婚·혼인관계를 끊음) 이유가 바뀌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경 연구원이 19일 내놓은 ''혼인실태와 가족주기의 변화''란 연구보고서를 보면, 남편과의 파경 이유로 성격차이는 줄어든 반면, 경제문제와 학대·폭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2012년 전국의 15~64세 기혼가구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기혼여성 9천500여명 중 이혼·별거한 여성 604명을 대상으로 해혼 이유를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혼하고 별거하는 이유로 경제문제가 26.1%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배우자의 외도 24.1%, 성격차이 22.2%, 학대·폭력 12.9%, 가족부양의무 불이행 11.1%, 가족 간 불화 2.3%, 기타 1.2% 등의 순이었다.
해혼 이유에 대한 2012년의 분석결과는 2009년의 조사결과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2009년 같은 조사에서는 성격차이가 28.6%로 가장 비율이 높았고, 이어 배우자의 외도 25.2%, 경제문제 22.8% 순이었다. 당시 학대·폭력은 7.4%에 그쳐 가족부양의무 불이행 10.6%보다 낮았다.
성격차이로 말미암은 해혼은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학대·폭력과 경제문제 때문에 이혼하고 별거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이다.
이혼·별거 당시 기혼여성의 연령별 해혼 이유를 보면, 연령층별로 차이를 보였다. 20대 이하와 30대는 배우자의 외도가 가장 높았는데 반해, 40대와 50대 이상은 경제문제가 해혼의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결혼기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결혼기간이 10년 미만인 기혼여성은 배우자 외도로 말미암은 해혼이 가장 많았다.반면 결혼기간 20년 이상의 기혼여성은 경제문제가 가장 큰 해혼 사유였다.
결혼연도별로도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1979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외도로 말미암은 이혼·별거가 36.0%로 가장 많았다. 반면 1980년대 결혼한 여성은 경제문제를, 1990년대 결혼한 여성은 성격차이를, 2000년대 결혼한 여성은 경제문제를 이혼·별거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각각 꼽았다.
최근에 결혼한 여성일수록 배우자 외도보다는 경제문제, 가족부양의무 불이행 등을 들어 이혼·별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혼·별거를 먼저 제의한 쪽은 부인이 82.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남편은 15.1%, 시부모나 친정부모 2.0% 등이었다.
해혼 당시 연령별로 보면, 특히 40대(86.5%)와 50대 이상(86.4%)에서 부인이 이혼·별거를 제의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았다. 남편이 먼저 이혼·별거를 제의한 경우는 20대 이하(16.2%)와 30대(17.5%)에서 다른 연령층보다 많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