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맡긴 내 차가 대포차로?...서민 울리는 대출 사기 ''기승''

경기침체로 신종 대출 사기 증가...급전 필요한 서민들만 골라 범행

ss
"경찰서 가신다고요? 마음대로 하시는데요, 차는 아마 파손돼 있을 거에요. 한강변에 버려놓을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이 개XX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도 소용이 없었다. 전화기 넘어 전달되는 심한 욕설을 들으며 김모(35)씨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지난 3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 씨는 급히 돈이 필요해 생활광고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차량담보대출''을 신청했다.

이자도 그리 높지 않은데다 자신의 차량을 계속 이용하면서 한 달 안에만 돈을 갚으면 되는 좋은 조건이었기에 김 씨는 별 의심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

며칠 뒤, 대부업체는 "대출 증거로 차량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김 씨의 차를 가져갔다.


그러나 업체는 김 씨의 차량을 가져가자 태도를 바꿨다. 업체측은 담보로 잡은 김 씨의 차량을 대포차로 둔갑시킨 뒤 중고차 딜러에게 팔아넘겼다.

"대출을 해줄때는 직접 찾아와서 차키를 받아가더니 돈을 돌려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어요. 대출은 핑계고 제 차가 목적이었다는 걸 그 때 알았죠."

졸지에 차를 잃은 김 씨는 신중하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김 씨의 차는 이미 대포차량으로 넘어간 뒤였다.

경기 침체 여파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대출 사기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7일 경기청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이 집계한 대출 사기는 4월 현재 710건으로 1천152명의 사기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는 지난해 307건 781명 검거와 비교했을 때 검거 인원은 47.5%, 범죄 건수는 무려 131.3%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양만안경찰서에 붙잡힌 사체업자 최모(34)씨의 사기행각도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의 사정을 악용한 사례.

경찰에서도 "신종 수법"이라 불릴 만큼 기발한(?) 최 씨의 범행은 대부업체에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차량 담보 대출을 해 주는 척 하며 차량을 대포차로 빼돌리는 방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에게 속아 차량을 내준 사람은 모두 12명. 확인된 피해액만 3억 1000만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5월엔 실업자를 유령회사의 직원으로 등록시킨 뒤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게 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되판 대부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같은 대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등록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부협회에서 이름을 조회해 등록된 회사인지 먼저 조회해보고 휴대폰으로 대출을 안내할 땐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어요. 또 대출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불러주는대로 쓰지 말고 계약 서류 사본도 만일에 대비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