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에 살던 이들은 수년동안 층간소음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주택가 골목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은 시각은 13일 오후 5시 57분쯤.
불이 나자 2층에 세들어 살던 조모(51)씨와 부인은 급히 밖으로 대피했지만 집 안에 있던 조 씨의 딸(27)과 남자친구 오모(27)씨는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불을 낸 범인은 다름 아닌 집주인 임모(71)씨. 이 빌라 3층에 거주하고 있는 임 씨는 2층 세입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났을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마을 주민 이모(42)씨는 "아주머니가 창틀에 매달려서 살려달라고 해서 제가 경찰관이랑 같이 가서 받았다"며 "그 아주머니가 ''우리 애들이 오른쪽 끝방에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아주머니를 구하고 나니 불길이 갑자기 치솟았다"며 "부부가 딸을 구하지 못했다고 막 울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조 씨와 층간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벌였으며 불을 내기 전, 조 씨 집을 찾아가 도끼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빌라 1층에 사는 세입자 김모(40)씨는 "주인집이 도끼를 휘둘러 무섭다며 2층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피신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가 아래층과의 소음 때문에 시비가 붙었고 도끼를 휘두른 뒤 집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임 씨 집에 세들어 살았던 조 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3년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 현장 도착 뒤 7분만에 화재 발생...경찰 뭐했나
평소 층간소음으로 잦은 다툼이 있었고 임 씨가 도끼를 휘두르는 등 격양된 상태에서 집에 불까지 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임 씨의 행동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오후 5시 47분 "이웃 주민이 도끼를 휘두른다"는 신고를 접한 경찰은 5시 50분 현장에 순찰차 3대를 보냈다.
그러나 임 씨는 경찰이 있는 상태에서 7분 뒤인 5시 57분 조 씨의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다.
불은 40여분만에 꺼졌지만 이 불로 조 씨의 딸 등 2명이 숨지고 자신도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주민 김모(646)씨는 "말다툼이 있어서 처음에는 경찰이 와서 말리고 갔는데 그 사이 또 싸움이 붙었다"며 "경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서로 또 싸우다 일이 크게 터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경찰은 임 씨 치료가 끝나는 대로 조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망한 세입자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