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로 대학평가? 대학이 직업학교인가?''''

''국문과를 없애는 것은 대학의 핵심을 없애는 것''

오세영 시인(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5월 9일 (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오세영 명예교수 (서울대 국문과)

◇ 정관용> (한글연구 개척자 주시경 선생. 또 진달래꽃의 김소월 시인. 나도향 작가 이런 분들이 다녔던 학교가 배재학당입니다. 거기에 뿌리를 둔 대전의 배재대학이 정작 그 국문과를 여전히 계속 선전해 왔는데 이제 통폐합 하겠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아주 시끄럽습니다. 그 소속 국문학과 학생들이 연일 시위중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지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이십니다. 시인 오세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세영>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지금 쭉 이야기 들으셨죠?

◆ 오세영> 잠깐 들었습니다.

◇ 정관용> 심정이 어떠세요?

◆ 오세영> 아주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네요. 국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인문대학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학과인데. 그리고 대학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원래 인문학 중심으로 발생이 됐어요. 그래서 인문학과의 가장 중심학과가 국문학인데 국문학과를 없앤다고 하는 그 자체는. 이게 대학의 핵심을 없앤다는 것과 똑같은 거거든요. 그 발상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정관용> 인문학 계열의 졸업생들이 취업률이 좀 낮은 게 사실입니까?

◆ 오세영> 당연하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인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응용학문이 아니에요. 그건 순수학문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산업사회에서 순수학문을 해서 취직하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그래서 취업이 안 되니까, 그렇다고 해서 학문 자체를 없애자 하는 것은 이건 기본적으로 대학에 대한 자세가 아닌 것이죠. 대학이라고 하는 것은 취업이 잘 되는 학문도 해야 될 뿐만 아니라.


◇ 정관용> 그렇죠.

◆ 오세영> 취업이 안 되는 것도 우리 인간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대학을 운영해야만 대학이 되는 것이지. 취업률이 안 되니까 그거 그냥 폐쇄하자. 이게 어디 장사꾼하고 똑같은 논리 아닙니까?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이제 우리나라에 대학이 사실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학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게 하나의 시대적 과제로 떠올라 있고. 그렇다 보니까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서 몇 가지 기준을 잡게 되고. 그 기준 가운데 취업률이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평가가 낮게 된 대학에는 정부가 재정 지원하는 걸 조금씩 줄이거나 제한하거나 해서 압박을 가하는 지금 그런 상황이란 말이에요.

◆ 오세영> 그러니까 현실적인 문제인데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이라고 하는 게 있어요. 그것 교육부에서 몇 가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한 20여 가지 기준이 있을 겁니다.

◇ 정관용> 그렇습니다.

◆ 오세영> 그런데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이제 학생들의 취업률에 관한 것이 있는데. 학생들의 취업률이 부족하면 상당한 점수를 깎이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 점수가 낮을 경우에 재정지원이 제한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취직을 시키는 것이 대학의 문제냐, 국가의 문제냐는 논의가 있어요. 다시 말하면 국가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고. 대학 당국은 또 대학 당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학과 교수들에게 떠넘기고.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죠. 그러니까 취업률이 부족하니까 원칙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는 그 자체는 이해가 가는데. 왜 그것을 국가에서 원인을 제공해 놓고 그 책임이나 결과를 대학에 떠맡기느냐 이게 문제인 것이죠.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가기준에서 취업률 같은 걸 좀 빼야 하나요?

◆ 오세영> 빼야죠. 저는 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무슨 직장을 취직시키는 직업학교입니까? 그건 국가에서 사람을 잘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면 취직이 잘 될 것 아니겠습니까? 이건 국가에서 해야 할 문제인데, 일자리는 없는데. 국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놓지는 않는데 대학에서 취직을 시켜라. 이건 어불성설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국가가 책임져야 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조금 아까 배재대 학생 이야기를 또 들어보니까 최근에 신설되는 학교들은 아예 국문과를 안 만드는 학교도 많다고 하고요.

◆ 오세영> 그건 조금 다른 문제인데요. 그건 오늘날 우리 한국의 대학이라고 하는 것이. 대학에 대한 깊이 있는 확고한 대학교육의 청사진을 가지고 대학을 설립했거나 대학 정원을 늘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몇십 년 동안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할까 또는 포퓰리즘이라고 할까. 이런 것 때문에 무작정 아무런 계산도 없이 10년 후 대학에 필요한 정원이 몇 명이나 될는지.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늘려놓은 거예요. 그것 역시 교육부의 잘못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정책의 잘못이죠. 지금에 와서 그것을 대학에 온전히 책임을 넘기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건 원래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될 문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국가가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대학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까지는 동의하시는 거죠, 교수님께서도?

◆ 오세영> 네. 그러나 그것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모자란다거나 정원이 차지 않아서.

◇ 정관용> 그러니까 재학생 충원율 이런 거.

◆ 오세영> 그렇죠.

◇ 정관용> 그런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한다?

◆ 오세영> 충원이 안 돼서 폐과가 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인데. 단지 취업이 안 된다고 해서 과를 폐지시킨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세영> 고맙습니다.

◇ 정관용>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 오세영 선생의 말씀까지 들었고요. 한참 전에는 또 예술인들을 양성하는 예술대학, 여기 정말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목소리도 나왔던 바가 있었죠. 차제에 대학평가에 있어서 취업률,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좀 차등화시킬 수는 없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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