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자리 많다고요?…학비가 얼마나 들었는데!"

[대한민국 고용카스트 ①] 최악의 고용한파…"고용은 신분이다"

ㅌㅌ
2013년 봄. 청년 취업자들의 마음은 혹독한 겨울이다. 지난 3월 청년(15~29) 고용률은 38.7%를 기록했다. 지난 30년 동안 최악의 고용률이다. IMF외환위기 때도 4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청년 고용률이었다.

취업자는 1년 전 보다 12만 명 이상 줄었다. 20대 인구의 39%에 해당하는 244만 명은 아예 ''취준생(취업준비생)''이나 ''청년 백수''라는 이름으로 구직전선에서 빠져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빈 일자리는 올초부터 계속 늘어나 3월에는 18만5천개의 빈 일자리가 생겨났다.

빈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IMF보다 더 심각한 작금의 청년들의 고용 한파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 "이왕 고생할거면 대기업에서"

''''요즘 학교 등록금이 얼마인지 아세요? 거기다 좋은 직장 얻으려면 영어학원도 가야되고 자격증도 따야돼요. 어학연수도 가야되고...'''' 서울소재 대학을 다니는 김모(25)씨의 말이다.

무섭게 오르는 등록금을 대가면서 여기에다 이른바 스펙8종 세트를 따는데 들어간 비용까지 생각하면,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서 제 1의 기준은 연봉이다.

최근에 모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오모(26)씨가 되묻는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리한데요. 솔직히 똑같이 고생할거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506만원과 288만원. 지난 3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고용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격차다. 등록금과 스펙쌓기라는 비용을 감내하고 대기업의 60%가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일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이제 말해봐야 입만 아픈 얘기가 됐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26)씨에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오르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미 취업한 친구들 보면 계약직은 계약직이고, 정규직은 정규직이라서 경력은 별로...그거는 별로 안 쳐줘요. 대기업 공채 넣었다가 안 되니까 대학원으로 도망가는 애들 있잖아요, 사실 2년을 더 벌겠다는 거죠''''

인맥 사회에서 중소기업으로 갔다간 그 자리에 머물고 말 것 같다는 불안감도 청년 취업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인맥사회 잖아요. 중소기업 가면 그런 사람만 만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출발을 좋은데서 하려고 대기업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옆에 있던 대학생 임모(25)씨가 거든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중소기업 인생으로 끝난다. 그러니까 차라리 당장 구직을 포기하더라도 스펙을 더 쌓아서 대기업으로 가겠다 하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 ''대기업 정규직'', 높은 신분이 되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매우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를 10으로 보면 대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2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모든 취업자들이 20%도 안되는 바늘문으로 들어가려다보니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난리인데,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청년 구직자들을 마냥 탓할 것인가.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어려운 일을 마다한다고 푸념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고작 중소기업에 보내려고 그 비싼 학비를 내 준 줄 아느냐"고 다그친다.

어른들의 생각도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미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신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청년들은 하는 수 없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한 번 취업하고 나면 거기서 더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는 현실에서 첫 직장은 마치 평생의 신분과도 같다. 목에 걸린 번쩍이는 대기업 사원증은 현대판 양반들의 호패다.

CBS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배후에는 고용이 신분이 되는 사회, 즉 고용 카스트가 있다고 봤다.

과연 실제 취업전선에 선 청년들에게 고용카스트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고용은 왜 신분이 되어버렸는지, 마지막으로 대안은 없는지, CBS 앞으로 사흘 동안 연속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