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세계박람회로 일단 국내외적인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 이는 당장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분기 여수를 방문한 관광객 추정치는 17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7만 명보다 48만 명이 늘었다. 이와 함께 박람회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외국 호화 크루즈가 박람회 때는 물론 올해도 10여 척이 이미 기항하거나 기항을 예고하는 등 동북아 해양관광 거점으로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가장 취약한 것으로 여겨졌던 도로와 철도 등 SOC도 크게 좋아졌다. 전라선 KTX 고속화 사업으로 여수는 서울에서 기존 5시간대에서 3시간대 도시로 진입했다. 도로 여건 역시 영암~순천 간 남해고속도로와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여수~순천 간 자동차 전용도로, 이순신 대교 개통 등으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이순신 대교 개통으로 영남으로 이어지는 광양까지의 거리는 기존 6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이뤘다.
더불어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고급 숙박시설들을 확보한 것도 큰 성과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의 VIP들이 묵은 엠블호텔을 비롯해 한옥 호텔 오동재와 히든베이 호텔, 디오션 호텔, 경도 콘도 등은 여수시가 지향하는 휴양형 해양관광·레저 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들 고급 숙박시설은 지난달 개막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관람객을 여수로 끌어들이는 매력점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국제 행사를 개최한 데 따른 시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높아졌다. 도로는 눈에 띄게 깨끗해졌고, 식당마다 개인 찬기 사용이 일반화했다. 김태규 여수시 기획경제국장은 "10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시민의 자부심이 여수엑스포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이면에도 지난 1년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한 해로 평가된다. 특히 엑스포 폐막 이후 잇따라 터진 여수시청 공무원 80억 원 공금 횡령 사건과 경찰관이 주도한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 등은 고취된 도시 이미지에 먹물을 칠했다. 엑스포 무사 개최로 특진 등을 기대했던 경찰은 도리어 조직 전면 교체 등 된서리를 맞았고, 여수시는 정부 예산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기대했던 엑스포장 사후활용은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정부의 예산 축소 등 무관심으로 2조 원 짜리 해양공원으로 지난달 텅빈 재개장을 했다. 예산과 인력이 대폭 축소된 채 지난달 문을 연 여수엑스포 재단은 재개장 맞이 이벤트는 커녕 운영비마저 부족해 수익사업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처지다.
지역 경제에 미친 평가도 회의적이다. 엑스포 개최 덕에 여수의 지역 물가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고공행진중이다. 엑스포 개최로 기대했던 인구 증가도 29만 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답보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가 여수산단 화학업체들에게도 드리워져 고공 물가와 함께 시민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선도적인 대응과 해결방안 모색이라는 여수엑스포의 가치 구현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자괴감도 크다. 이상훈 여수엑스포 사후활용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엑스포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엑스포 가치를 구현하겠다던 여수프로젝트와 여수선언에 대한 후속 대책은 온데간데 없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아쉬워 했다.
이상훈 처장은 "새정부가 해양의 가치를 구현하겠다며 해양수산부를 만든 만큼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가치를 담아서 엑스포 정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