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27일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온몸으로 세계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꼬집고 양심을 깨운 까닭이다.
에셀의 뜻을 기리는 두 권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나와 치열했던 그의 삶을 되새겨 볼 기회를 주고 있다.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39년 프랑스로 귀화한 스테판 에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체포돼 부헨발트 수용소에 갇힌 그는 수용소 세 곳을 전전하며 처형될 위기에 처했으나 신분증을 바꿔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에셀은 철학을 공부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며 인류의 인권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 왔다.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 주재 프랑스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2010년 92세 때 발표한 32쪽짜리 책 ''분노하라''로 다시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을 떨쳐 버리고 자본의 폭력에 저항해 새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그의 외침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처럼 번졌다.
이 책은 세계 35개국어로 번역됐고,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운동 등의 기폭제가 됐다.
책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는 스테판 에셀이 지난해 발표한 마지막 자서전이다.
''나는 인류의 진보를 믿는다. 그 과정에서 진보하는 것과 퇴보하는 것, 집단의 압박과 개인의 돌파 사이에 심한 모순들이 뒤엉킬지라도. (172쪽)'' 또 다른 책 ''세기와 춤추다''는 에셀이 80대에 지인들의 우정 어린 압력에 못 이겨 집필한 회고록이다. 더없이 독특한 그의 개인사가 세계 정치외교사와 어우러져 20세기 현대사의 한 흐름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나는 아직도 뉴욕에 있었다. 한국전쟁은 아직 자리잡지 못한 신생 기관이라 약할 수밖에 없는 유엔을 끝장낼 수도 있는 위기였다. (162쪽)'' 자유와 참여, 연대, 이상에 대한 헌신. 스테판 에셀이 평생을 갈구했던 가치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 가치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됐다.
우리가 꽃피워야 할, 우리의 몫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