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에선 한 중년 여성이 유 씨에게 "언니 저 몰라요? 전에 한번 갔었는데, 제가 지금 병원이니 아들한테 3만원만 빌려주세요. 이따가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유 씨는 별 의심없이 아들이라는 사람에게 3만원을 내줬다.
하지만 이들 ''모자(母子)''는 18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기꾼 ''커플''일 뿐이었다.
2009년 이혼한 김모(28)씨는 이듬해 인터넷 채팅으로 역시 이혼해 혼자 사는 진모(46·여)씨를 만났다.
절도·사기 등 전과 14범인 김씨와 전과 2범이던 진씨는 꽤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이내 의기투합한 이들은 ''엄마와 아들''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 동거에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키로 했다.
서울, 수도권, 광주 등 전국의 붐비는 영세시장이 이들 커플의 주 무대였다.
주로 여주인 혼자서 지키는 미용실, 정육점 등 작은 가게를 노렸다. 한 지역에서 단 며칠간만 여러 건의 범행을 한 후 소문이 나기 전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범행을 이어갔다.
김 씨와 진 씨는 범행을 저지르면서 각자 7회, 10회 지명수배되기도 했다. 모두 특수절도 내지는 같은 수법의 사기 혐의였다.
이런 식으로 저지른 범행은 경찰이 확인한 것만 9건. 지난 1월17일부터 닷새 사이에 발생한 총 피해 액수는 28만원으로 많지 않았지만 이들 커플이 노린 대로 오히려 소액이라는 점 때문에 경찰 신고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김 씨와 진 씨를 상습사기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2010년 10월께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40~50여 차례에 걸쳐 범행했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확인 중이다.